美 '국가대표' 럭셔리 세단 '크라이슬러 300C'의 귀환
‘오바마의 애마.’ 크라이슬러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크라이슬러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그가 처음으로 구입한 차는 크라이슬러의 SUV 브랜드인 지프 ‘그랜드 체로키’였다. 상원의원 시절에는 300C를 즐겨 탔다고 한다. 300C는 6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미국을 대표하는 머슬카이자 프리미엄 세단으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창업자인 월터 P 크라이슬러의 이름에서 따왔다. 1875년 미국 캔자스에서 기관차 엔지니어의 아들로 태어난 크라이슬러는 1912년 GM의 뷰익 공장 매니저로 합류해 4년 후 사장 자리에 올랐다. 1919년 맥스웰 모터로 자리를 옮겨 당시 경영난에 처했던 회사를 회생시키고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뒤 사명을 크라이슬러로 바꿨다.

이후 1924년 크라이슬러 이름을 단 첫 번째 자동차인 ‘크라이슬러 식스’를 내놓았다. 이 차는 업계 최초로 고압축비 엔진과 유압 브레이크, 오일필터 등을 적용했다. 1934년에는 크라이슬러의 인지도를 단숨에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모델 ‘에어 플로우’를 내놓았다. 공기 역학 디자인을 적용한 유선형 자동차인 에어 플로우는 세계 최초로 풍동 실험을 통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차량이기도 했다. 이는 상자처럼 각진 자동차가 대부분이었던 당시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유행을 일으켰다.

1940년대 ‘뷰티풀 크라이슬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자동차를 개발한 크라이슬러는 1955년 그동안의 기술을 집약시킨 기함 ‘C-300’을 내놓았다. 남성적인 디자인과 강한 성능으로 미국 럭셔리 세단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C-300이라는 명칭에서 300은 미국에서 대량 생산된 최초의 300마력짜리 엔진인 ‘헤미(HEMI) V8’에서 유래했다.

C-300의 인기에 힘입은 크라이슬러는 300이라는 숫자에 알파벳을 붙인 ‘레터 시리즈’ 생산을 시작했다. 300D 300E 300F 등의 순서로 출시된 이 머슬카는 1965년 300L을 마지막으로 레터 시리즈의 막을 내렸고 이후 1979년까지 알파벳이 붙지 않은 300으로 이어지다 단종됐다.

300은 20년 후 1999년 300M이 출시되면서 다시 역사를 이어갔다. 300C는 1998년 크라이슬러와 다임러 벤츠가 합병한 이후 벤츠의 7세대 E클래스 W220의 후륜구동 플랫폼을 이용해 2005년 출시됐다. 300M의 유선형 디자인을 벗어나 C-300 특유의 격자무늬 그릴을 부활시키고 직선 위주의 굵은 선을 채용했다. 300C는 크라이슬러가 2010년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합병하면서 선 굵은 미국 머슬카에 이탈리아의 섬세한 감성을 더한 것이다. 풀체인지된 2011년형 ‘올 뉴 300C’는 기존 300C의 웅장함에 피아트의 섬세한 인테리어와 신형 엔진을 더했다.

지난 16일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뉴 300C가 국내에 출시됐다. 뉴 300C는 헤드램프와 후면부의 디자인을 변경하고 엔진과 파워트레인을 바꾸는 등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수준의 개선과정을 거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뉴 300C 디젤 모델은 연비가 고속도로 주행 18.6㎞/ℓ, 도심주행 11.4㎞/ℓ, 복합 13.6㎞/ℓ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가솔린 모델은 기존(5980만원)보다 410만원 싼 5570만원에, 디젤 모델은 5890만원에 내놓았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