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30분 만에 말 바꾼 곽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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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그러나 곽 교육감은 불과 30분 만에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그는 자리를 옮겨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선 “학생인권조례 재의요구를 철회한 뒤(철회 요청서를) 시의회에 넘기겠다”고 말을 바꿨다. 실제로 교육청에 복귀한 뒤 곧바로 철회 요청 공문을 시의회로 보냈다. 시의회 요구를 무시한 셈이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취임 이후 무상급식 등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 의회와 줄곧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회 요구를 무시하면서까지 30분 만에 말을 바꾼 이유가 뭘까.
재의요구 철회 보류를 요청했던 김 운영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곽 교육감이 현실을 외면한 채 공명심에 사로잡혀 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곽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자신의 업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재의요구를 철회했다”며 “모든 독박을 혼자서 다 쓰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곽 교육감은 이상적인 헌법이라도 되는 줄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곽 교육감은 이날 시의회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을 고유한 주체로서 존중해 주고, 인간성을 깊이있게 만들어 주는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시의회 청사 앞에선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학부모·시민단체 회원들의 집회로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굳은 표정으로 이들을 외면하며 지나치는 곽 교육감에겐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반대의견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권한이 있더라도 반대가 많을 땐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게 책임있는 공직자의 자세”라는 한 민주당 시의원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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