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상 재개 의지 표명…"이란 공격 `먼 얘기'"
중·러, 자제 촉구에 극한대치 막을지 '주목'

핵무기 개발 의혹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의 대립이 지속하는 가운데 일부에서 유화적인 제스처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이란산 원유 금수와 이란 중앙은행 제재 등 압박의 고삐를 풀지 않는 가운데 양측 모두에서 엇갈리는 신호가 감지되는 양상이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18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국가안보상 제재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란 제재를 단호하게 집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U 역시 7월부터 이란산 원유 금수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23일 외무장관회의에서 중앙은행 제재를 포함한 대이란 추가 제재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19일 "월요일(23일)에는 이란산 원유 금수와 중앙은행 자산 동결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재에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란도 서방의 자국산 원유 금수에 대항 조치로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요충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위협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모하마드 카자에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이란의 안보가 위협받을 때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선택 가능한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9일 전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서방과 핵협상 재개 의지를 잇달아 밝히는 등 유화적인 태도도 보이고 있다.

이란 정치인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서한을 보내 협상을 벌일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란이 미국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비밀서한을 받았다고 확인하면서 어떻게 대응할지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도 협상 재개 의지를 표명하며 이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유럽연합(EU)과 미 국무부는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제이 카니 대변인은 오바마의 서신이 이란 지도부에 전달됐는지 확인을 거부하면서도 서한 발송 자체는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 해군은 또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 걸프만에서 조난된 이란인 선원의 구조작업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지난 7일 걸프만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이란인 13명을 구출했고, 11일에도 페르시아만에서 좌초된 화물선에서 이란 선원 6명을 구조했었다.

이란 선제공격을 운운하던 이스라엘에서도 유화적인 신호는 감지됐다.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이 이란 핵시설 공격 여부를 결정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밝힌 것이다.

이란과 서방 모두 전 세계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무력충돌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피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실제 살레히 외무장관은 이날 터키 NTV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이란은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원한다며 과거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전날 카타르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어떤 극단적 행위도 반대한다"며 이란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같은 날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서방의 대이란 제재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대이란 공격을 막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순회 의장국인 이라크의 압둘 카림 루아이비 석유장관은 이날 이란을 방문, 호르무즈 해협의 무해통항 보장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처럼 양측 일각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신호와 자제를 호소하는 일부 국가들의 노력이 지속하는 이란과 서방 간 대립이 극한 대치로 악화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