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2] 이건희 회장 "일본은 힘 빠졌고, 중국은 멀었다"


"일본은 힘빠졌고, 중국은 시간 더 걸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년 만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2012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13일(현지시간) 오후 2시께 이 회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두 딸의 손을 꼭 잡고 CES 행사장에 모습을 보였다. 아내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곁에서 내조했고,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조용히 뒤를 따랐다.

이 회장은 15분 가량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며 대형 LED TV 제품, 갤럭시 노트 스마트폰 등을 유심히 살펴봤다. 2년 전 제품 하나하나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하던 때와는 달리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기울였다.

이 회장은 이날 부스투어가 끝난 뒤 "일본 기업이나, 중국 기업들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이런 얘기를 해선 좀 안되겠지만) 일본은 너무 앞선 나라였기 떄문에 힘이 좀 빠져 버린 것 같고, 중국은 열심히는 따라오고 있지만 아직 한국을 쫓아오기에는 시간이 걸리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CES 행사에서 소니, 샤프, 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의 부스는 눈에 띄는 신제품이 없어서인지 한산했다. 파나소닉 정도가 내로우 베젤의 LCDㆍLED TV 제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지만 삼성ㆍLG전자 등 한국기업에 쏠린 관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과거 CES는 일본기업들이 새로운 TV를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3~4년 전부터는 한국 기업들이 새 TV를 소개하는 자리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또 "올해 화제의 중심은 한국이 만든 OLED TV"라고 설명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약진을 발판으로 공세를 강화하면서 일본 업체들의 존재감이 엷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이얼, 하이센스 등 중국업체들은 놀라운 속도로 한국 제품을 따라하고 있었지만, 제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더 많다는 평이 우세하다.

이 회장은 그러나 삼성전자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미래를 내다보고, 기술을 개발하는 정도로는 안되겠다"며 "더 깊이 미래를 직시하고, 더 멀리 보고, 더 기술을 완벽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사장단과 회의를 갖고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는 이 회장은 "상상력, 창의력을 활용해서 힘 있게 나아가자 하는 것이 구호"라고 밝혔다.

재용, 부진, 서현 세 자녀의 역할 확대와 관련해서는 "지금 열심히들 하고 있는데 하는 것 보고"라며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뜻을 내비쳤다.

2010년 CES에 참석했을 때 그는 "자녀들이 일을 잘 배우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배워야 한다"며 "내가 손잡고 다니는 것은 아직 어린애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앞으로도 투자는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라며 "될 수 있으면 질 높은 사람을 더 많이 쓰고, 적극적으로 젊은 사람을 뽑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