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끝없는 '자살망령'…中 우한공장 300명 투신 위협
지난 2년간 종업원 18명이 연쇄 자살한 대만 기업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최근 300여명의 종업원이 회사에 약속된 상여금 지급을 요구하며 집단투신 소동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비인간적 대우로 인해 젊은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에 있는 반중국정부 단체인 ‘중국 재스민혁명’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 초 폭스콘 우한(武漢) 공장에서 300여명의 노동자들이 집단투신 소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일 회사 측이 약속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자 회사 건물 옥상에 올라가 집단으로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했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기인 X박스360을 만드는 생산부문 소속 근로자들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 관계자들이 중재에 나서 근로자들은 농성을 멈췄지만 우한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MS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직원들의 재배치 문제로 일어났으며 돈 문제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대부분의 직원들이 다시 업무에 복귀해 사태는 일단락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MS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폭스콘의 근로조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 델과 HP의 컴퓨터, MS의 게임기 등을 만드는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업체다. 중국에 있는 이 회사 근로자들만도 9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2010년 14명, 2011년 3명의 근로자가 자살한 데 이어 올초 옌타이 공장에서 근로자 1명이 투신하는 등 자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이 회사의 근로자들은 1주일에 평균 60시간을 근무한다. 홍콩의 노동인권 단체인 SSACM은 아이패드 판매 초기인 2010년 10월 폭스콘 근로자들이 13일 연속 12시간씩 근무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폭스콘은 이에 대해 강제적인 초과근무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잔업동의서를 강제로 쓰게 하고 자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등 근로자들을 강압적으로 다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