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의 현대차 왜 강한가…5가지 비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연초 대한상의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동차산업은 부가가치가 높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1999년 적자에 허덕였던 일본 닛산은 프랑스 르노그룹으로 인수됐다. GM과 크라이슬러는 2009년 초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다 공적자금을 받고 겨우 살아났다.

그런데도 정 회장이 부가가치가 높다고 한 것은 왜일까. 현대차가 경쟁업체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자신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쟁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현대차를 부러워하고,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고품질과 합리적 가격’의 제품으로 지구촌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데다 높은 수익성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몽구의 현대차가 더 강해진 것은 5가지 강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1) 긴장과 도전의 12년

현대차의 모든 조직은 ‘극한의 긴장감’을 갖고 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 회장은 새벽 6시 출근한다. 선대 정주영 명예회장의 청운동 자택에 있던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다)’ 표구는 정 회장의 한남동 자택에 걸려 있다. 정 회장의 새벽출근이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는 출발점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회장이 언제 호출할지 모르고, 무슨 과제를 던질지 모른다. 항상 긴장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은 1명의 천재가 명운을 좌우하는 정보기술(IT) 비즈니스와 다르다. 2만개 부품 중 1개라도 불량이면 안된다. 임종원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 회장이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는 것은 자동차산업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몽구의 현대차 왜 강한가…5가지 비결

(2) 기능별 조직과 스피드 경영

현대·기아차가 GM이나 도요타와 다른 점은 사업별 또는 지역별 조직 중심이 아니라 강력한 기능별 조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예컨대 GM의 유럽법인 CEO는 해당지역의 품질, 마케팅, 인사 등에 전권을 가진다. 현대·기아차는 정 회장을 정점으로 부회장단이 분야별로 글로벌시장을 총괄한다. 체코공장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 양재사옥의 종합상황실로 보고된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능 중심의 조직은 위기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사업별 조직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컨트롤타워(양재동)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3) 30만대 생산체제와 규모의 경제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빅5’에서 1위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률은 10.4%다. 폭스바겐(7.5%)보다 높다. 비밀은 ‘규모의 경제’에 있다. 임 교수는 “해외공장을 지을 때 연산 30만대 생산체제가 기본”이라며 “최신 설비를 깔아 품질의 균일화를 이루고 5만대, 10만대 생산체제에 비해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도요타는 전 세계 27개국의 50개 생산기지에서 800만~900만대를 생산한다. 이에 비해 현대·기아차는 9개국, 16개 생산거점에서 지난해 660만대를 만들었다.

해외공장 30만대 체제는 정 회장의 ‘도전과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GM 도요타 등은 해외시장을 공략할 때 현지공장을 인수·합병(M&A)하는 안전한 전략을 주로 사용했다. 현대·기아차는 리스크가 높은 ‘그린필드’ 전략을 택했다. 허허벌판에 최신 설비의 공장을 짓고 협력업체와 운명을 걸고 진출하는 식이다. 정몽구의 ‘기업가 정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4) 불 꺼지지 않는 남양연구소

경기도 화성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는 경쟁력의 산실이다. 347만㎡(약 105만평)의 부지에 설계, 디자인, 파워트레인, 풍동·충돌시험, 주행시험, 파일럿(시험생산라인), 재료연구 등 R&D의 모든 분야가 모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에 남양연구소처럼 대규모 집적 R&D센터를 두고 있는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시너지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란 얘기다. 정 회장은 연구소를 방문할 때마다 엔지니어들과 기술적 문제를 놓고 토론하는 등 엔지니어들과 호흡한다.

(5) 철강에서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

현대차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철강에서부터 모듈부품업체까지 수직계열화를 갖춘 자동차그룹이다. 이 같은 수직계열화는 안정적인 부품공급과 품질관리, 나아가 원가경쟁력 강화로 연결된다. 현대차 제품이 BMW에 비해 차량 가격이 한 단계 낮지만 영업이익률은 필적하는 이유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