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학생 "전학 안 시켜주면 자살하겠다"
가해학생 측 "돈만 돌려주면 될 거 아니냐"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상급생들이 하급생에게 돈을 빼앗아 오라고 지시하고 액수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하급생을 집단 감금ㆍ폭행한 사건이 일어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가해학생들은 피해학생 부모에게 적발돼 혼이 나자 피해학생의 친한 친구까지 보복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6일 마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마포구 모 중학교 2학년 A(15)군 등 2명은 지난해 10월 1학년 B(14)군에게 5천원을 빼앗은 뒤 이후 다른 아이들에게 돈을 빼앗아 오게 시켰다.

B군이 반항하거나 돈 액수가 성에 차지 않으면 마구 폭행했다.

지난 2일 B군 아버지는 아들이 돈을 뺏기는 현장을 잡아 A군 등을 훈계하고 "다시는 괴롭히지 않겠다"는 녹취까지 받았다.

그러나 A군 등은 이튿날 B군의 친한 친구(14)를 불러내 "어른들 하나도 무서울 것 없다.

B 때문에 네가 맞는 거다.

밤길 조심해라"고 겁을 주며 보복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등학생 때 학교 임원을 맡는 등 모범생이었던 B군은 중학교 입학 때 성적이 320명 중 70등 정도였는데 지금은 200등 정도까지 떨어졌다.

B군은 공포심에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지방에 있는 대안학교로 보내달라. 전학 안 시켜주면 자살하겠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4일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서 A군과 B군의 부모가 얘기를 나누다 몸싸움을 벌인 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을 인지해 수사에 착수했다.

A군 아버지에 따르면 몸싸움 현장에도 있었던 A군은 경찰 조사에서 "보복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사 착수 이후 A군 부모는 B군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빼앗은 돈만 돌려주면 되는 거 아니냐. 우리 아이가 잘못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조사된 부분 이외에 학교폭력 사례가 더 있었는지 확인하고 보복 폭행 등을 막겠다"며 "당장 학교 관계자를 만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더 없는지 확인하고 강력계 인력을 지원받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cho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