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회사 덕에 급등 속출…'거품 주의보'
코스닥 상장사 큐로컴은 지난해 3분기까지 1억9641만원의 누적 순손실을 냈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급등, 11월 말보다 95.43%나 올랐다. 큐로컴은 적자를 내고 있지만 자회사인 스마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에이즈백신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자회사의 신제품 개발이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이 늘어나고 있다. 자회사의 선전으로 모회사의 지분법평가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일부 종목은 자회사의 실적 기여도 이상으로 급등해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약·바이오 자회사 후광

子회사 덕에 급등 속출…'거품 주의보'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는 제약·바이오 관련 자회사를 둔 종목들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큐로컴은 전자기기 제조업체지만 에이즈백신 개발사 스마젠의 지분 64.78%를 보유한 덕분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큐로컴은 5일 2.96% 오른 5560원에 거래를 마쳐 이틀 연속 상승했다.

잉크 실리콘 등 화학제품을 만드는 후너스는 29.99%를 보유한 일본 기업 온콜리스바이오파마의 후광효과를 보고 있다. 온콜리스바이오파마는 에이즈 치료제, 항암제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도쿄 주식시장에서 4000억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후너스의 주가는 이날 1만2150원으로 지난해 11월 말에 비해 18.05% 오른 상태다. JW중외신약은 자회사 JW크레아젠이 난치성 악성 뇌종양 치료제의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이후 상승세다.

매일유업은 아동복 제조업체 제로투세븐의 실적 개선 전망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제로투세븐의 순이익이 지난해 45억원에서 올해 90억원으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일유업의 지분율 50%를 감안하면 지분법 이익이 20억원 이상 증가한다는 얘기다. 애경유화는 제주항공(지분율 34%)이 지난해 영업흑자로 전환하고 에이케이켐텍(지분율 52%)의 순이익이 30% 이상 증가하면서 지분법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 효과 고평가 논란

자회사 효과를 누리는 종목들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회사의 이익 기여도에 비해 주가 상승폭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자회사를 둔 종목은 임상시험이 실패로 끝나거나 승인이 늦어질 경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부광약품은 자회사 안트로젠의 치루염 치료제가 시판 허가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지난해 10월 1만8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정부의 승인이 늦어지자 하락세로 전환했고 12월에는 1만2300원까지 떨어졌다.

김지현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조기 시판을 예상하고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면서 부광약품의 상승세가 둔화됐다”며 “제약·바이오 종목 중에는 아직 시판되지 않은 신약 효과가 주가에 이미 반영된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매일유업도 고평가 논란을 빚고 있다. 매일유업은 저출산 대책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주가 상승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강희영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매일유업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21배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자회사 실적 증가를 감안해도 과도하게 높다”고 진단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