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위협 이란 견제"

미국 정부는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신형 F-15 전투기를 포함한 총 294억달러 규모의 군사 판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휴가지인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계약에는 보잉이 생산하는 최신예 F-15SA 전투기 84대를 제공하고 기존 F-15 70대의 성능을 개선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어니스트 부대변인은 이번 계약으로 미국 내에서 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한해 35억달러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계약은 미국과 사우디의 양자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역내 안보의 중추 역할을 하는 사우디의 방위력 유지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판매계약은 지난 10월 처음 공개된 총 600억달러 규모의 대(對) 사우디 무기판매 계획의 일부다.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는 향후 15~20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며 아파치 공격헬기와 블랙호크 헬기의 인도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대규모 무기판매 발표는 미국과 걸프연안 동맹국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이란을 압박하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나와 주목된다.

특히 최근 이란이 자국산 석유에 대한 금수 조치가 단행될 경우 전세계 원유수송의 요충해역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한 데 대해 미국이 "선박 통행을 방해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는 등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백악관이 이란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발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앤드루 샤피로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우디는 국경지역은 물론 걸프 해역에서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여러 위협 가운데 하나는 분명히 이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계약은 이란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은 아니며 동맹인 사우디의 방위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 "최근 이란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많이 보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