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가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 것일까. 2007년 260억원(판매가 기준)에 불과했던 매출이 4년 만에 3000억원으로 12배 불어났다. 운동화는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다운재킷은 한겨울에 접어들기도 전에 ‘완판’(완전판매)됐다. 한때 롯데백화점의 ‘퇴출 리스트’에 올랐던 이 브랜드는 내년 2월 롯데의 ‘넘버2’ 점포인 서울 잠실점 최고 명당자리에 아디다스를 밀어내고 나이키와 함께 메가숍 자리를 배정받았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미국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사진)가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백화점에 변변한 매장 하나 두지 못했던 브랜드가 순식간에 나이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뉴발란스의 올해 매출이 작년(1650억원)보다 87% 늘어난 308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29일 밝혔다. 노스페이스 루이비통 등 ‘잘나간다’는 브랜드들의 성장률이 10~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돋보이는 성장세다.

김주성 롯데백화점 스포츠 선임상품기획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뉴발란스 측이 ‘입점시켜 달라’고 사정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백화점이 ‘들어와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됐다”며 “주요 백화점 운동화 부문에서 뉴발란스는 아디다스를 제치고 나이키에 이은 넘버2로 등극한 상태”라고 말했다. 뉴발란스는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 백화점의 54개 점포에 매장을 두고 있다.

뉴발란스가 국내에 들어온 건 2001년이었지만, 꽃을 피운 건 이랜드가 맡은 2008년부터였다. 당시 이랜드는 15년 동안 키워온 푸마를 독일 본사에 넘겨준 직후였다. 1994년 연매출 100억원에도 못 미쳤던 푸마를 1800억원 브랜드로 성장시키자, 독일 본사가 “2008년부터는 직접하겠다”며 국내 판권을 회수한 것. ‘칼’을 갈던 이랜드가 푸마의 대항마로 들여온 것이 바로 뉴발란스였다.

이랜드는 푸마를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뉴발란스에 적용했다. ‘백화점 브랜드’로 입지를 다진 뒤 로드숍으로 진출하는 일반 스포츠 브랜드와 달리, 로드숍에서 기반을 닦은 뒤 백화점에 입점하는 전략을 썼다. ‘교복과 청바지에 두루 잘 어울리는 신발’이란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 10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때마침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가수 이효리 씨 등이 뉴발란스를 신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홍보효과가 극대화되기도 했다. 운도 따랐던 셈이다.

이랜드의 ‘뉴발란스 키우기’ 2단계 전략은 신발에서 시작된 ‘성장의 불씨’를 의류로 옮겨붙인 것이었다. 미국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이랜드가 직접 만든 뉴발란스 재킷은 노스페이스에 이은 ‘제2의 중·고교생 교복’으로 자리잡으며 고속 성장하고 있다.

김지헌 뉴발란스 브랜드장은 “내년에는 뉴발란스의 기능적인 우수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등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무게를 둘 계획”이라며 “좋은 이미지와 우수한 기능을 앞세워 2014년까지 5000억원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