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해진 KT&G
담배란 제품 특성 탓에 대표적인 ‘마초(남성스러운) 기업’으로 꼽혀온 KT&G가 ‘디테일’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담배 본연의 경쟁력인 ‘맛’만 챙기던 데서 벗어나 화장품처럼 포장·향기 등 부차적인 요소까지 세심하게 돌보고 있어서다.

KT&G는 28일 ‘보헴시가 모히또 스노우팩’을 28일부터 한 달 간 한정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의 특징은 담배갑을 감싸고 있는 비닐(OPP필름)을 문지르면 라임과 민트 향이 어우러진 쿠바 칵테일인 ‘모히또’ 향이 난다는 것. KT&G는 OPP필름에 향 캡슐을 코팅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 이 제품에 처음 적용했다.

박성식 KT&G 브랜드부장은 “최근 들어 모히또 칵테일이 인기를 끌면서 이 냄새에 매료된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G는 앞서 지난 10월 레종 담배를 리뉴얼하면서 담배갑의 색상을 뜯어고쳤다. 강렬한 원색이 의류나 신발 등 패션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반영해 담배갑 전체를 빨강 파랑 초록 등 원색으로 뒤덮은 것이다.

담배갑에는 레종의 캐릭터인 검은 고양이가 PC 마우스를 클릭하는 모습이나 클럽 디제이 역할을 하는 모습을 담았다. 뒷면에는 말풍선 아이콘을 넣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 고양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할까’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레종의 주요 고객이 20~30대인 점을 감안, 딱딱했던 담배갑에 ‘재미’를 불어넣으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KT&G 관계자는 “담배를 선택하는 기준이 과거에는 ‘맛’ 하나였지만, 이제는 패키지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며 “이런 트렌드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투박했던 담배 포장을 바꾸고 향기를 입히는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