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체제] 김영남 "6ㆍ15, 10ㆍ4 선언 잘 진행 됐으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7일 1박2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이 공식적으로 가진 첫 접촉이다. 남북은 이번 조문 방북에서 당국 간에 구체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조문단은 평양에서 돌아와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순수한 조문 목적’의 방북이었음을 강조했다. 이 여사 측의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은 입경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 여사가 위로의 뜻을 전했고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멀리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 회장 역시 “(김정은과의 만남에서) 애도 표명만 했지 별도의 얘기는 없었고, 따로 만난 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당초 기대됐던 북측의 대남메시지에 대해 조문단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방북 자체로 남북 모두 유화적인 제스처를 주고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측은 민간 차원으로 한정하긴 했지만 조문단의 방북을 허용했다. 남북 간 근본 문제인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하면 향후 대북정책을 유화적으로 풀어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북측 역시 대남관계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오전에는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조문단 간 면담이 이뤄졌다.

윤 사무총장은 “면담에서 김 상임위원장이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을 강조하면서 잘 진행됐으면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여사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이 계속 잘 이행되길 바라며 저희 방문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일반적인 얘기만 했고 순수 조문 목적이었기 때문에 (대북사업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금강산 관광 등 남북교류 협력사업에 대한 김정은의 메시지가 전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김정은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김 상임위원장과의 면담만으로도 의미 있는 제스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상임위원장은 공식 직함상 북한의 최고수반이며, 김 위원장 장례를 위한 장의위원회에서도 김정은에 이어 두 번째로 호명된 인물이다. 이들이 떠날 때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직접 환송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남북협력사업 관계자들에 대해 예우를 갖췄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대북정책의 전환을 간접적으로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조문단과 만찬을 갖고 방북 내용을 전달받았다.

류 장관은 만찬에서 “정부에서는 가지 않았지만 두 분이 조문을 해서 향후 남북관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좋은 일 하셨고 앞으로 현 회장님 일도 잘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 상임위원장과 김양건 부장 등이 이 여사에게 ‘김정은 대장동지’라는 표현을 썼다”고 전했다.

파주=조수영/이유정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