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승자 독식' 기대 커진다
해외 경쟁사의 부진과 D램 가격 반등 등 호재가 겹치면서 반도체 관련주가 급등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해외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면서 ‘승자 프리미엄’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부진했던 반도체 업황도 회복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반도체주의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엘피다 자금난…승자 독식 기대감 부각

삼성전자는 23일 1.52%(1만6000원) 오른 106만80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충격으로 장중 90만원대로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해 12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108만4000원)에 다가서고 있다. 하이닉스는 SK텔레콤에 인수된 이후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며 2.60%(550원) 오른 2만1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강세를 보이자 심텍(6.03%) 참엔지니어링(4.92%) 하나마이크론(3.96%) 엠케이전자(2.25%) 등 반도체장비주도 일제히 급등했다. 반도체주의 상승에 힘입어 이날 코스피지수는 1867.22로 19.73포인트(1.07%) 올랐다.

일본 메모리반도체 기업 엘피다가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들과 리파이낸싱(refinancing)을 협의 중이라는 소식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전날 3.49% 급등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엘피다의 리파이낸싱 소식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앞으로 ‘승자 독식’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급등은 메모리칩 수요 증가와 가격 반등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됐다.

◆D램 가격 반등

반도체 업황도 회복될 조짐이다. 반도체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대만의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3 1Gb 1333㎒) 가격은 이날 0.62달러로 2주 연속 상승했다. 구자우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일부 모듈업체가 중국 춘제(내년 1월23일) 수요를 맞추기 위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D램 수요가 증가했다”며 “해외 반도체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인 것도 가격 반등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런던올림픽 등으로 TV와 PC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반도체 업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이 본격 회복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만 D램 업체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있다”며 “공급량 감소에 따른 반도체 가격 반등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용 D램 부문에서도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 업황 부진 속에서도 상대적 우위를 지켜나갈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선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반도체 가격 하락 속에서도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한 것은 스마트폰 부문 세계 1위에 등극한 데 이어 반도체 부문에서도 안정적인 이익을 내면서 승자 프리미엄을 누린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목표주가 최고 140만원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내년 사상 최고 수준의 이익을 내면서 최고 14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6개 증권사가 제시한 삼성전자의 향후 6개월 목표주가 평균은 124만7000원이다. 키움증권(142만원)과 한국투자증권(140만원)은 140만원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평균 20조241억원, 순이익 추정치는 18조569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이닉스도 20% 이상의 추가 상승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승호/김유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