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당찬데 상대적으로 남성들은 조용해 보입니다.”(이명박 대통령)

여성가족부는 23일 서울 신당동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이 대통령에게 내년도 업무추진계획을 보고했다. 김금래 여성부 장관은 이날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 일자리 13만개 제공 △여성친화도시 지정 확대(종전 30→40개) △저소득 한 부모·조손(祖孫) 가족에 대한 정부 지원 확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여성 일자리 확충을 위해) 여성들만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남성들이 종사하는 분야에도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눈길을 끌었던 건 업무보고가 끝난 후 진행된 토론회였다. 토론회엔 여성 4명, 남성 2명 등 총 6명의 여성부 사무관·주무관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여성 공무원들이 이 대통령 앞에서도 당당하게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짚은 반면 남성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주눅든 모습을 보였다는 게 여성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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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사무관은 “여성들의 취업 멘토 코칭을 할 때 세대와 연령에 맞는 차별적인 맞춤형 일자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공무원은 “시설보육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아이돌보미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대안을 내세웠다.

반면 발표자로 나선 한 남성 주무관은 “아이를 키우느라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 생각보다 야근이 많다. 가족친화정책을 주도하는 곳이 여성부지만 생각보다 퇴근이 쉽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개인 가정사’를 털어놨다. 또 다른 남성 공무원은 대통령 앞에서 다소 주눅이 든 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가 끝난 후 이 대통령은 “(발표를 보니) 여성들은 당찬데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조용해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발표자로 나선 남녀 공무원들의 모습을 비교한 후 남성 공무원들에 넌지시 건넨 쓴소리였다는 게 여성부 관계자들의 평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