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번지' 3選 박진 불출마…왜?
박진 한나라당 의원(서울 종로·3선)이 내년 4월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23일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에서 지금까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원희룡 김형오 홍정욱 이상득 장제원 현기환 의원 등 7명으로 늘었다. 당내 불출마 행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박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당을 살리기 위해 저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를 위해 희생하겠다”고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선두에 서서 국민 앞에 뼈를 깎는 반성과 근본 쇄신을 통해 환골탈태해야 등돌린 민심을 회복할 수 있다”며 “계파벽을 허물고 울타리를 활짝 열어야 하며 미래를 불안해하는 젊은 층과도 마음을 터 소통할 수 있고, 소외받는 어려운 계층의 눈물도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불출마 결정을 박 비대위원장과 상의했는지에 대해선 “상의하거나 만난 적 없다”고 말했고, 박 의원의 측근도 기자회견 전 통화에서 “불출마 얘기를 듣지 못했고, 의원실의 보좌관들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당내에 상당한 여파를 던져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새 지도부가 들어서고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시기에 대한민국의 정치 1번지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쟁쟁한 상대를 꺾고 내리 세 번이나 당선된 그가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2007년 18대 총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고, 2008년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돈을 받은 혐의로 올초 대법원에서 벌금 8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공천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박 의원은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 나갔고 7월 전당대회에도 출마했지만, 하위권 성적을 거둬 마음고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 최다선인 이상득 의원(6선)과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 중진에 이어 장제원(친이) 현기환(친박) 홍정욱(쇄신) 등 초선 의원, 서울 3선인 원희룡 의원과 박 의원의 총선 불출마는 당내 인적 쇄신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지금까진 수도권과 PK(부산·경남)에서 불출마 선언이 나오고 있는데, TK(대구·경북)에서도 나서줘야 당이 일신한다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내주 출범하는 비대위원이나 당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올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