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체제] 천안함·연평도 어떻게… 정부, 출구전략 고심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대북정책을 유연하게 바꾸기로 한 가운데 정책전환 과정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를 어떻게 풀고 나갈지 관심이다.

여론은 김 위원장 사망으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는 쪽과 남북관계 전환을 위해 전향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쪽으로 갈려 있다.

정부는 일단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한 사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대응 수위에 대해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 사망으로 북한 체제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 과정에서 한국은 입지를 넓히기 위해 ‘유연한 대북정책’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전략적 선택 과정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가 족쇄가 돼선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23일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22일 기자들과 만나 천안함·연평도 도발의 책임 소재와 관련해 “김정일이 최종 책임자”라며 “(김정일 후계자인) 김정은이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할지는 확실한 정보가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의 책임을 김정은에게는 강하게 묻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대북정책의 목표에 대해 “제일 중요한 게 비핵화”라며 “원칙도 대북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원칙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대북 정책의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할 수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 일각에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보인다면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 없이도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해진 ‘5·24 대북제재 조치’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 선박의 한국 영해 운항금지 △남북교역 중단 △한국인 방북 불허(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대북지원 보류와 같은 제재 조치를 발동했다.

반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피해 당사자를 포함한 보수층에서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보수단체들은 “김일성이 사망했다고 6·25전쟁에 대한 북한의 책임이 사라지지 않듯 김정일이 죽었다고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이 소멸되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김정은 체제에서도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반드시 받아 내야 하고, 이것이 남북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집권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없었던 일처럼 넘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과 문제에 발목 잡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지 않을 수도 없다”며 “현재까지의 원칙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먼저 보고 결정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1월1일 나올 북한 노동신문의 신년사 등 북측의 반응을 보고 ‘유연성’의 정도를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때문에 대통령의 신년 연설이 있을 신년 초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