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ㆍ샤넬백 정도는 '공짜' 줘야 사줄께
'경품'의 사전적 의미는 소비자의 호감을 얻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의 상품을 샀을 경우 '곁들여' 주는 물품이다. 말 그대로 '덤' 이기 때문에 몇 만원에서 비싸야 십여만 원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IT업계에선 '제품'을 능가하는 초고가 '경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25일 KTSK텔레콤LG전자가 만든 전략 스마트폰 '프라다폰3.0'을 사전 판매하면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 백을 경품으로 내놨다.

KT는 추첨을 통해 1등 2명에게 150만~190만 원에 이르는 프라다 '사피아노' 백을 선물로 주기로 했고, SK텔레콤은 290만 원짜리 '고프레백'을 5명에게, 120만 원짜리 '백팩'을 10명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명품 스마트폰을 표방한 만큼 프라다와의 프로모션을 통해 제품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 KT 관계자는 "개별 제품으로만 따지면 고가지만 전체 경품 금액이 많진 않다" 며 "비싼 명품을 내세우면 소비자 눈길을 끌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NHN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국내에서 활성화시키기 위해 1300만 원 상당의 기아자동차 '레이'를 경품으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스마트폰에서 라인 앱을 다운로드 받아 실행시키기만 하면 레이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 앱 다운로드에 1000만 원이 넘는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건 것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경우다.

LG유플러스는 소셜 쇼핑 서비스 '딩동'을 선보이면서 500만 원짜리 샤넬백을 경품으로 줬고, 팬택은 '베가 레이서'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 무려 4억원 짜리 스포츠카 '페라리'를 경품으로 사용했다. 소니에릭슨은 아예 현금 3000만 원을 내걸었다.

이렇다보니 몇 년 전만 해도 경품의 주를 이뤘던 영화관람권, 문화상품권, 가방ㆍ시계 등은 명함도 못 내밀 상황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1만~2만 원짜리 영화표, 커피쿠폰 등을 줬다간 돈을 쓰고도 욕을 먹을 수 있다" 며 "타사와 차별화하려다 보니 점점 더 비싸고 특이한 제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싼 경품을 100명, 200명씩 많은 사람에게 주는 것보다 비싼 경품 하나를 내세워 1,2명에게 주는 것이 마케팅 효과가 크다" 며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고가 경품에 대한 입소문이 빨리 돌아 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IT 업계뿐 아니다. 유통업계에서는 5억 원짜리 아파트나 3억원 상당의 우주여행 상품권이 경품으로 나오기도 했다. 3억 원 상당의 콘도를 분양해준 골프업체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사치스러워지고 있는 경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불황기에 '로또' 판매가 늘어나는 것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고가 경품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 '한탕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경품에 쓰이는 기업의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수록 제품가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