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누가 대문을 심하게 두드렸다. 대문 밖에서 모르는 사람이 아버지가 다리에서 떨어졌다고 소리쳤다. 어머니와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면사무소에서 오는 길에 있는 섶다리 아래 개울에 사람이 떨어져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리에서 떨어진 거 같았다”며 단숨에 얘기한 그분은 “술이 많이 취해 건져 올리긴 했지만, 모시고 오려 했으나 막무가내여서 두고 왔다”라고 알려줬다. 중간쯤에서 만난 아버지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며 컴컴한 밤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자전거는 앞바퀴가 휘어져 탈 수 없었다.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그 날부터 아버지는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기억을 되살린 건 내가 대학 다닐 때였다. 술 취한 나를 친구들이 부축해 밤늦게 골목에서 노래 부르며 집에 들어왔다. 마당에다 먹은 술과 음식을 토해냈다. 어머니가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걸 막아선 아버지는 마루에 꿇어앉으라고 했다. 옆으로 쓰러질 때마다 대나무 막대기로 마룻바닥을 내리쳐 바로 앉으라고 했다. 필기구를 내주며 아버지는 “오늘 술 먹은 일을 빠짐없이 적으라”고 했다. 썼다가 지우고, 옆으로 쓰러졌다가 아버지가 대나무로 바닥 치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기를 수 없이 반복했다. 날이 밝을 때쯤에야 몇 장짜리 소위 술 먹은 그날의 보고서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아버지는 읽지는 않고 내가 쓴 종이를 들고 “보태고 뺄 얘기가 더 있느냐”고 물었다. 정신이 돌아온 내가 “없습니다”라고 하자 하신 말씀이다. “이기지 못할 술이면 마시지 마라. 술이 너를 이긴다. 술은 기호식품(嗜好食品)이다. 좋아하는 음식이니 즐길 줄 알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2023년 ‘Dream 드림 캠페인’의 모범 학교로 선정된 김포 하늘빛중학교, 통영 제석초등학교, 울산 용연초등학교에 감사패를 전달했다고 7일 밝혔다.지난 2015년부터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진행 중인 ‘Dream 드림 캠페인’은 전세계 이웃들에게 ‘배움의 꿈(Dream)을 전한다(드림)’는 의미로, 학생들이 교내외에서 다양한 나눔 활동을 하며 전세계 친구들에게 교육의 기회와 함께 희망을 전하는 나눔 캠페인이다.이 캠페인에 참가한 학생과 선생님들은 희망나눔가게 운영, 저금통 기부, 바자회 개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모인 후원금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로 전달돼 개발도상국 지원 등 전세계 교육격차 완화에 쓰이게 된다. 2023년도 모범 학교로 선정된 김포 하늘빛중학교는 학생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폐건전지 모으기 운동을 진행, 이를 지역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수거된 폐건전지가 재활용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모의유엔총회대회를 개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개인과 지역사회, 국제사회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통영 제석초등학교는 2022년부터 매년 말 실시하는 ‘더 나은 행복 기부’를 통해 지역사회에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알리고 있다. 학생들은 ‘SDGs 굿즈’를 제작하고 ‘업사이클'과 '볼링'을 합친 ‘업사이볼링’ 친환경 놀이 부스를 운영하며 학생들 스스로 전 세계 모든 아동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했다는 자부심을 높였다. 또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모두의 의견을 모아 ‘제석 교육공동체 인권선언문’을 만들
총석정, 죽서루, 월송정, 낙산사… 예부터 내려오는 관동 지역의 아름다운 장소 여덟 곳을 일컫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장소의 매력에 빠져드는 곳들이다. 그 곳에를 가면 꼭 정자나 누마루 같은 건물이 하나씩 서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그 건물들은 웅장하지 않다. 그곳의 주인공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경치를 잘 즐길 수 있도록 건물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생략의 미, 프레임으로서의 미를 발휘하고 있다.2021년 완공된 뉴욕 맨해튼의 리틀아일랜드는 허드슨강의 유일한 인공섬이라는 의미에서 존재감이 있지만 사실 현장에 가보면 축구장 크기의 아무것도 없는 오픈된 공간으로, 꽃과 나무들이 만발한 공원과 광장으로 비워진 곳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리틀아일랜드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파손된 피어 54를 복원하기 위해 처음 구상되었다. 시에서는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다양한 방면으로 고민을 했고, 상하이 엑스포의 영국관 설계로 유명한 토머스 헤더윅이라는 건축가를 선정하여 디자인을 맡겼다.그는 하나하나의 단위를 활용하여 건축물을 설계하는 데 장점을 가진 건축가인 만큼 피어에 남겨진 부러진 나무 기둥들에서 영감을 받아 허드슨강에 콘크리트 기둥을 활용한 인공화분 형식의 공공공원을 제안하였다. 총 280개의 피어 화분은 강바닥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인공구조물로 서로서로 연결되어 넓은 인공지반을 만들고, 강으로 나아가며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면서 사람들의 시야에 역동성을 준다. 섬의 끝부분에서는 허드슨강을 극적으로 내려다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그 인공섬에 서면 뉴욕의 맨해튼을 거꾸로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