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시민통합당 간의 통합 결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통합정당의 당권 경쟁도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양당 간 실무협상에서 예비경선이 26일로, 본경선이 내년 1월 15일로 정해지는 등 구체적인 당권 레이스 일정이 나오자 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9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 예비경선은 양당 중앙위원들이 선거인단인 만큼 후보들은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특히 시민이 자유롭게 선거인단에 참여할 수 있는 본선에 대비해 당 밖으로도 표밭다지기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우선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 11일 민주당 전대를 기점으로 앞서 나간 형국이다.

통합 논의가 진전되기 전까지 유력한 당권 주자였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전대 폭력 사태의 배후로 지목받는 등 세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애초 형성된 한 전 총리와 박 전 원내대표 간의 양자구도가 사실상 무너진 셈이다.

그러나 구민주계를 중심으로 한 박 전 원내대표의 지지 세력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 총리는 내주 중 공식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 전 총리는 세 불리기나 줄세우기를 지양하기 위해 별도의 선대위 조직 없이 대변인실 정도만 꾸리고 서포터스나 멘토 중심으로 지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박영선 정책위의장의 출마 여부가 경선 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0ㆍ26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정치적 입지도 상당히 높아진데다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본선이 시민 참여 저조로 조직 선거가 될 경우를 우려해 출마를 선뜻 결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14일 민주당 내 486(40대ㆍ80년대 학번ㆍ60년대생) 그룹의 단일 후보로 재추대돼 당권 레이스 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해 지도부 경선에서도 486그룹의 단일후보로 나서 4등으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486의 정치적 성과에 대한 비판론이 있는 데다 상당수 486 인사들이 이미 한 전 총리를 지원해 지난해만큼 파급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일찌감치 당권 준비에 나선 김부겸 의원은 15일 내년 총선에서 당의 불모지인 대구 출마를 선언해 승부수를 띄웠고, 이종걸 의원은 정동영 최고위원과 천정배 의원 등의 지원 속에 세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강래 의원도 현재까지 150여개의 지역을 돌면서 지역위원장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우제창 의원도 강봉균 의원의 지원 속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밖에 민주당 내 후보군에 포함된 정대철 상임고문, 김태랑 전 국회 사무총장, 정균환 전 의원 역시 행동반경을 넓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통합당에서는 문성근 공동대표가 대표 주자로 꼽힌다.

문 대표는 출마 의사를 굳힌 분위기다.

YMCA의 대부로 통하는 이학영 진보통합시민회의 상임의장은 YMCA 조직이 뒷받침될 경우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기식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도 출사표를 던졌고, 박용진 전 진보신당 부대표는 야권 통합에 합류한 진보신당 세력을 대표해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기로 했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출마도 거론되고 있다.

김 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데다 젊은 영남권 주자라는 상징성으로 파급력이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