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율촌산단 기업, 괴로운 '한가족 세지붕'
“매년 두 차례씩 지방세를 낼 때마다 순천과 광양시에 나눠내는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지적측량을 하려 해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각각 신청해야 해 시간·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전남 율촌1산단 내 현대하이스코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1999년 입주한 지 벌써 12년째 되풀이되는 불편이다. 공장부지와 건물이 순천과 광양시에 걸쳐진 것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공장면적 80만655㎡ 가운데 64만㎡는 순천시 해룡면이고 나머지 16만655㎡는 광양시 해면에 속해 있다. 순천과 광양을 가르는 경계선이 삼각형 모양의 공장부지를 관통하고 있어서다.

전남 율촌1산단 일부 입주업체들은 해당 지자체들의 영토분쟁으로 ‘한가족 세 지붕살이’의 불편을 겪고 있다. 율촌1산단이 바다를 매립해 조성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1994년 착공해 현재 43개 업체가 가동 중인 율촌1산단은 여수시 율촌면과 순천시 해룡면, 광양시 해면 일대의 바다 919만3000㎡를 메워 조성됐다.

순천시 393만4000㎡, 광양시 288만㎡, 여수시 234만9000㎡이며 산단 내 행정구역 경계선은 필지별이 아닌 매립 전 해상경계를 기준으로 그어졌다. 3개 지자체 간 부지 확보 분쟁이 발생하면서 헌법재판소가 2006년 해상경계로 산단 부지를 나눠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헌재 결정은 입주기업들에 예상치 못한 불편을 안겨주게 됐다. 경계선에 입주한 경우 1개 필지가 2~3개 지자체에 걸쳐진 탓에 지자체 관련 업무를 중복해서 봐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화재나 사건·사고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담당할 소방, 경찰, 노동 부서의 담당이 명확하지 않아 초기 대응이 지연될 거란 우려가 팽배한 상태다.

헌재의 결정으로 SPP강관도 곤경에 처했다. 2009년 입주한 이 업체는 지난해 공장 인근에 새로 15만4219㎡ 부지 매입을 추진해 내년 중 공장을 건립하고 시설을 확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 초 공장 건립 예정 부지가 순천과 여수, 광양 등 3개 지자체의 경계선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SPP강관 관계자는 “기업하는 입장에서 자치단체 한 곳도 벅찬데 앞으로 3개 자치단체를 동시에 상대해야 해 걱정이 태산”이라며 난감해했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SPP에너지도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건물 10동 가운데 6동은 순천시, 4동은 여수시로 관할 구역이 서로 달라 주민세와 지방소득세 등 세금 내는 일에도 번거로움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남도는 최근 이 문제를 도 분쟁조정위에 상정해 강제조정을 시도했으나 해당 지자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특히 내년 총선에 일부 해당 자치단체장들이 나설 것으로 알려져 상당 기간 행정공백이 불가피해 지자체 간 합의 가능성은 더욱 요원한 상태다.

문제는 업체 불편이 향후 더욱 가중될 거란 점이다. 산단조성 업무를 맡은 광양만권경제구역청이 공장 설립 등 모든 인허가 업무를 대행해왔으나 2013년부터는 공단을 설립해 관리권을 넘길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입주업체들은 직접 자치단체를 상대해 각종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관리권이 이관되면 입주업체의 불편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해당 자치단체 간 조속한 합의를 통해 블록별로 관할 자치단체를 일원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광주=최성국 기자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