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술과 배려의 밸런스
소니코리아는 얼마 전 여의도의 새로운 사옥으로 이전하고 스마트 오피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정된 좌석과 유선 전화를 없애고, 한국의 선진 정보기술(IT)을 도입해 스마트폰으로 이메일 작업은 물론 자리 예약, 결재 등을 가능하게 했다. 전 세계의 소니 지사 중 가장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생각한다.

소니 본사에서도 한국의 IT 선진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4G 같은 새로운 기술도 다른 나라에 비해 빨리 도입되는 등 최첨단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의 IT가 우수하게 평가되면서 소니코리아의 IT 담당자는 소니의 전 아시아를 아우르는 대형 프로젝트를 위한 공동책임자로 선발됐다.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IT 선진화는 생활 깊숙이 녹아들어 있다. 필자는 아내와 함께 서울의 뒷골목과 시장을 배회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주 길을 잃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곤 한다. 한국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기 때문에, 필자와 같은 외국인이 서투른 한국어로 길을 물어도 항상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물론 모를 때도 있지만.

어느 날 이태원 근처의 도깨비시장을 찾아가려고 했을 때였다. 지나가던 60대로 보이는 남성에게 길을 물었지만 아무래도 모르는 것 같아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스스로 길을 찾으려 했을 때, “잠깐만요”라며 우리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맵으로 길을 찾아 주었다. 그의 친절함은 물론 “아, 이처럼 나이 지긋하신 분도 스마트폰을 잘 다루는구나”라고 한국의 높은 IT 보급률에 감탄했다.

한국에서는 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온라인상의 논의도 상당히 활발하다. SNS상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읽는 것은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때로는 과격한 의견이나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말들이 SNS를 통해 퍼지기도 하기에 사용자들은 그 부작용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이라는 것은 용기를 주기도 하지만 마음을 멍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내 임직원에게 보내는 이메일의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에 메시지에 ‘배려’가 있는지 재차 확인한다. 특히 화가 나 있을 때는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새로운 도구를 얻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사용방법을 잘 이해하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는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의 IT는 사용하는 사람들의 습관을 훨씬 앞서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한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IT 선진국으로 앞선 기술뿐만 아니라 능숙한 사용법 및 매너, 그리고 배려의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좋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믿는다. 이태원에서 만났던 그 어르신처럼 말이다.

이토키 기미히로 < 소니코리아 사장 itoki@son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