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시대의 막이 오르고 있다.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한·중 관계는 어떻게 펼쳐지게 될까. 일부에서는 G2(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새 지도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시진핑 시대 10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압도하고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물론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지금보다 강해질 것이고 미국과의 국력 격차도 좁아질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위상이 잠시 흔들리고 있지만 미국이라는 곳이 쉽게 무너질 나라가 아니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유럽식 자본주의와는 달리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갖고 있지 않은 독특한 특징과 장점을 지니고 있다. 효율과 경쟁, 글로벌화의 세 가지 요소는 미국만의 독특한 속성이라 할 수 있다. 주주 자본주의, 시장과 경쟁의 자본주의, 글로벌 자본주의, 작은 정부 및 규제완화의 자본주의, 효율중심의 자본주의 등이 그 주요 구성요소다.

중국공산당 1당 지배체제의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과연 어디까지 이들 요소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지금까지 미국을 다섯 번 방문할 정도로 미국에 관심이 많고, 아울러 미국통이어서 이런 중국의 한계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게다가 칭화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기도 해 더더욱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중국경제는 한국 경제의 발전과 관련해 상당한 기여를 해 왔다. 수출과 수입, 투자의 면에서는 그 기여가 거의 절대적이다. 한국 제1의 수출대상국가 겸 제1의 수입국가, 한국 제1의 투자대상 국가다. 한국이 무역흑자의 90% 이상을 중국과의 교역에서 거둬들인다는 것만 보아도 한국 경제에서 중국의 중요성은 대단히 크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대중(對中) 무역흑자 규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고, 제품별 가격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선박, 자동차, 반도체 등 몇 개 산업을 제외하면 이미 대부분의 산업에서 한국은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지금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FTA 체결은 지금까지 한국을 세 번 방문한 경험이 있는 시진핑의 주요 관심사로 알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 FTA가 발효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개방 정도에 따라 5년간 0.95~1.25%, 10년간 2.28~3.04%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FTA가 고임금에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미국과의 FTA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세탁소에서 청바지 기장을 수선하는 데 2만원이 소요되는 미국과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도 한 달 30여만원이면 가정부를 고용할 수 있는 중국을 생각하면 두 나라의 임금구조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산업구조 역시 중국은 미국과는 달리 초저임금의 노동집약적 산업부터 최첨단 산업까지 전 산업에 걸친 군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의 대중 무역흑자가 중국 내수시장 공략의 결과인지, 아니면 제3세계로의 우회수출을 위한 중간재 수출의 결과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가시 많은 장미’와 같은 중국 내수시장으로의 진출이 과연 세금 몇 푼 깎아 준다고 해서 쉽게 공략할 수 있는 대상인지 등을 비롯해 꽤 주도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대인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는 중국인의 장사술이 시진핑 체제 10년 동안 과연 어떤 변신을 보일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한국이 중국을 넘어서고, 중국을 극복하지 않으면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동 < 인천대 교수·경제학 jdpark0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