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회원국에 대해 무더기 등급 강등 경고를 날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반격의 칼을 빼들 기세다. S&P 등 신용평가사들의 업무 전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유럽연합(EU) 금융시장감독기구는 문제가 발견될 경우 영업정지 등 엄중한 제재를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재무장관회의 의장 등 유럽 관료들은 S&P의 조치가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융커 의장은 6일(현지시간) 독일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S&P의 유로존 등급 강등 경고는 매우 과장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S&P가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발표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며 발표 시점도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에발트 노보트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 겸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도 “신평사가 정치적인 판단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필리프 뢰슬러 독일 경제장관은 “일개 신평사의 결정에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P의 등급 강등 경고로 8~9일 EU 정상회의를 갖는 유로존 수뇌부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번에도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등급 강등 쓰나미를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관료들의 잇단 비판은 이런 압박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이날 “조사관들이 지난달 초부터 S&P와 무디스, 피치 등 신평사들을 방문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적발되면 벌금을 부과하거나 영업정지, 라이선스 박탈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SMA는 신평사들에 대한 첫 현장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늦어도 내년 4월까지 공개할 방침이다. ESMA 대변인은 “등급을 책정하는 절차와 방법 등 신평사의 사업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해상충 방지 등을 위한 건전한 평가 절차를 갖추고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S&P는 반박했다. 모리츠 크레이머 유럽국가등급 책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우리는 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며 “리스크를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유로존 위기가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