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찾아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의 삼화텍 공장은 내년 본격 가동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들은 대부분 현대·기아자동차 공장과 가까운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진출해 있지만, 에어컨 컴프레서 등을 만드는 삼화텍은 과감히 헝가리를 택했다.

글로벌 부품사인 비스티온에 대한 거래 확대 등을 고려했을 때 헝가리가 유리하다고 봤다. 2003년 설립 후부터 거래해온 비스티온이 올초 계약을 2017년까지 연장하고 주문량도 크게 늘리면서 유럽 현지생산의 필요성이 커져서다.

이정열 삼화텍 대표는 “헝가리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델파이와 발레오에도 공급하게 된다”며 “그동안 거래가 없었던 푸조·시트로앵(PSA)과 BMW로부터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싸게 팔지 않는다” 자신감

직원 80여명의 중소기업 삼화텍은 글로벌 공조시장에서 일본과 프랑스 등의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자체 기술로 생산한 제품을 전량 비스티온과 GM, 포드 등 글로벌 기업에 수출한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다른 중소기업이 출혈 경쟁을 벌이는 동안 삼화텍이 연평균 50%의 성장을 이룬 배경이다. 올해 300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중공 피스톤(hollow piston)은 자동차 에어컨 컴프레서가 냉매를 흡입·압축·토출할 수 있게 하는 핵심 부품으로 국내에선 처음 개발한 신기술을 적용했다. 독자적인 소재 가공기술과 용접기술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을 이뤄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이 대표는 “자그만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들과 수년간 계약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 덕분”이라며 “품질관리에도 공을 들여 비스티온과의 8년 거래에서 단 한 개의 불량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제품력에 자신 있기 때문에 ‘가격 및 공급기간 등이 맞지 않으면 납품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고 했다.

덕분에 글로벌 기업들과의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계약 조건을 중간에 바꾸는 일이 거의 없다.

◆몸값 높아진 한국산 부품

비단 삼화텍뿐만 아니다. 최근 들어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대해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서 질주하는 현대·기아차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수준의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부품사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벤츠는 지난달 24일 독일 본사에서 구매총괄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부품 전시상담회를 열었다. 만도와 SK이노베이션, 대성전기, 평화정공 등 15개 한국 기업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 진행된 5년 이내 구매 가능한 상담 금액만 3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앞서 도요타는 우수 부품사를 찾기 위해 지난 8월 구매담당 임직원들을 한국에 파견하기도 했다.

윤재천 KOTRA 기업조사처장은 “현대·기아차 등 국내 기업들과만 거래하던 중소 부품사들이 2~3년 전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직접 부품을 공급하고 연구·개발(R&D) 단계에서부터 협력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만나주지도 않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먼저 손을 내밀 정도로 국내 부품업체들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부다페스트=이유정/김병근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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