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남아공 '정전대란'의 교훈
지난달 30일 저녁 아프리카 탄자니아 제1의 도시인 다르에스살람의 한 식당. 식사 도중 갑자기 컴컴해졌다. 전기가 나간 것이다. 주위를 둘러봤다. 웬 걸? 모두들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 잠시 뒤 ‘위잉’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환해졌다. 자체 발전기를 돌린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20년간 사업을 해왔다는 한 재미교포는 “TIA(This Is Africa)”라며 “예고없는 정전은 아프리카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전력 사정은 전기를 아낌없이 쓰는 한국과는 딴판이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49개국의 전체 발전용량은 약 8만㎿로 한국이 쓰는 전기량과 비슷하다. 이중 절반가량인 4만5000㎿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한 곳에 몰려 있다.

그런데도 남아공에서는 2008년 블랙아웃(black out·대규모 동시정전)이 발생했다. 광산들이 조업을 중단해 수십억달러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남아공 정부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2010년부터 3년간 매년 전기료를 평균 25%씩 올리기로 한 것이다. 불과 2년 만에 56%가 올랐다. 내년에는 2009년의 두 배 가까운 전기료를 내야 한다.

남아공은 원자력 발전소 확충을 골자로 한 공급확대 계획도 발표했다. 원전 발전용량을 현재 3200만㎿의 세 배인 9600만㎿로 늘리기로 했다. 김병삼 KOTRA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장은 “남아공과 비슷한 시기에 원전을 시작한 한국이 자체 원전 건조능력까지 갖추고 원전 수출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이곳 정부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원전은 아직까지 세계에서 가장 값싼 전기다. 우라늄 30t은 석탄 240만t, 석유 940만배럴과 맞먹는 발전효율을 갖고 있다. 최근 광물자원공사가 호주 프런티어사가 보유한 탄자니아 므쿠주 광산의 지분 5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러시아는 아예 이 지역 일대의 우라늄 광산 대부분을 10억달러에 사들였다. 정밀 탐사를 해보지도 않고 입도선매했다.

“일부 환경론자의 말대로 원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남아공처럼 전기료를 두 배 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말라리아에 시달리면서까지 우라늄을 찾기가 싫습니다. 아프리카 오지를 헤매지 않아도 되겠죠.”

이심기 다르에스살람/경제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