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민주당이 사는 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논란 끝에 여당에 의해 강행 처리됐다.

사실 지난 선거에서 국민이 한나라당에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준 것은 한나라당이 국회를 맡아 이끌어 나가 달라는 메시지였다. 불행히도 여당인 한나라당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야당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여 보수세력들이 실망했던 터다. 그러던 중 이번 비준안 처리는 그동안 침울했던 보수 지지세력에 한나라당의 존재감을 보여준 건 분명하다.

힘 한번 못 써보고 비준안을 처리 당한 민주당 지도부는 비준안 무효 투쟁을 다짐하면서 내년 예산심의를 비롯한 모든 의정활동을 전면 보이콧하고 있다. 예산심의 보이콧은 예산 부실심사로 이어진다. 결국 힘없는 서민들만 피해를 입는다. 민주당의 무모한 처신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민주당은 이번에 네 가지 실수를 범했다. 비준안 중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을 문제삼기로 한 결정이 가장 큰 실책이다. 아무 의미도 없는 ISD 조항에 서면합의서까지 받아오라고 떼를 쓴 것은 누가 봐도 실소를 금치 못하는 시간끌기 작전이었다.

두 번째 잘못은 정부의 협상팀을 매국노라고 폭언하고, 5000여명이 모여 국회의사당을 포위해야 한다는 등 선동을 일삼은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행태는 삼갔어야 했다.

세 번째 잘못은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다. 좌파 세력과의 선거 연대 때문에 6석의 좌파정당에 끌려가면서 이제는 민주당의 정체성마저 잃고 몰락해가는 모습이다. 안타깝다. 민주당은 어떤 미래지향적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반대만 하는 세력으로 변질돼가고 있다. 네 번째 잘못은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단상에서 ’최루탄 테러’를 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을 방치한 것이다. 야권 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당이 먼저 나서서 김선동 의원을 국회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의원직 박탈을 요구하는 국회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민주당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를 보여줄 기회다.

민주당은 미국이 250여년 동안 지켜온 보수와 진보의 양당 정치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는 좌파가 없다. 그 넓은 땅에 좌파가 설 곳은 어디에도 없다. 미국에도 한때 공산당과 사회당이 있긴 했다. 그러나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했고 그 어느 당으로도 야권 연대의 제안을 받지 못해 스스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 기회에 민주당은 생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민노당과 손잡고 좌파 정당으로 전락해 버릴 것인지, 아니면 예전의 순수한 개혁 정당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말이다. 우리는 보수 한나라당과 진보 민주당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민주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한국경제신문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