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국토의 0.3%를 매입해 대규모 리조트를 건설하려던 중국 백만장자의 꿈이 무산됐다. 아이슬란드 정부가 “북대서양에 전략 거점을 세우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그문두르 요나손 아이슬란드 내무장관이 중국 부동산 갑부인 황누보(黃怒波) 중쿤(中坤)그룹 회장(55)의 토지 구매 요청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요나손 장관은 “아이슬란드 법률에 따라 국유지 등 공공자산을 소유하거나 운영권을 갖기 위해 갖춰야 할 몇 가지 조건을 황 회장의 회사가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아이슬란드 북부 황무지 300㎢를 880만달러에 산 뒤 추가로 2억달러를 투자해 호텔, 골프장 등을 지을 계획이었다. 포브스는 황 회장의 재산이 10억2000만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당초 아이슬란드 정부는 황 회장의 투자에 호의적이었다. 은행들의 과도한 대출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아이슬란드는 2008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총 46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후 아이슬란드는 국유자산을 매입할 외국인 투자자들을 물색해왔다.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까지 나서 “중국인들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명의 중국인이 전 국토의 0.3%를 사들이려 하자 정치권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FT는 “황 회장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고, 이들이 북유럽 진출의 발판으로 아이슬란드를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황 회장은 지난 9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슬란드 황무지 매입 계약이 끝나면 다른 북유럽 국가들로도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나손 장관은 “나라가 어렵고 통화 가치가 하락했어도 국유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