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ㆍ서울시 재건축 난타전에 시장 '초긴장'
서울시 재건축 정책을 둘러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날선 공방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양상이다. 트위터를 통한 박 시장의 ‘염치가 있어야 한다’는 반박에 권 장관이 응답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재건축에 대한 국토부와 서울시의 첨예한 이견을 그대로 노출했다는 점에서 공방 2라운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건축 시장은 급속하게 초긴장 모드로 바뀌고 있다.

◆주택정책 vs 공공성…날선 공방

주택 정책 주무부서인 국토부는 박원순호의 주택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은 피해왔다. 하지만 개포지구 재건축 보류로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락하면서 시장 전반에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을 지켜볼 수 만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재건축 수익률이 워낙 낮아 조합들이 스스로 속도조절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동안 개발 위주의 주택정책을 써 온 국토부가 서울시민을 서울 밖으로 몰아낸 데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염치론(論)’까지 내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성장을 중시하는 정부와 복지를 우선시하는 진보세력이 주택 분야에서 맞붙은 모습”이라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양측의 충돌이 이어지면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불안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건축 시장, 초긴장 모드로

서울지역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시장 침체로 대부분 표류 중이다. 은마 개포주공 등 서울 강남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일반분양분이 거의 없는 1 대 1 재건축이어서 사업성이 낮다. 뉴타운과 재개발 단지들도 분양 시장 침체 속에 조합원 분담금이 높은 데 비해 일반분양가는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어 사업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등은 사업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반주거지역 2종(최대 용적률 250%)을 3종(300%)으로 바꾸는 종상향, 일부 주거지역을 상업지역 등으로 바꾸는 용도변경 등을 추진해 왔다. 대형건설사 정비사업 담당 임원은 “사업성 보완책은 서울시가 공공성을 강화하는 상황에서는 이뤄지기 힘들다”며 “당분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순항시키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다음달 열릴 예정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가 재건축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서다. 내달 도시계획위원회는 송파 가락시영(저층)의 종상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임대주택을 일부 지어서라도 종상향을 관철시키려는 둔촌주공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치동 P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면서도 “서울시의 탄력적 정책 운영이 전제되지 않는 한 사업이 원만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주택정책협의회 해결사될까

재건축 등 주택건설 인·허가권은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돼 있어 국토부가 서울시의 주택정책에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 때문에 분기에 한 차례꼴로 열리는 ‘국토부·수도권 지자체 주택정책협의회’가 관심이다. 국토부는 주택정책협의회의 실무 협의를 통해 서울시 재건축 정책 등에 대해 권고를 할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25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서울·인천·경기 등 3개 지자체 주택 담당자들과 민영주택 특별공급 비율 확대, 국민임대주택 우선공급비율 조정 등을 협의했다. 지난 6월 열린 10차 주택정책협의회에서는 정부와 수도권 지자체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건설을 촉진하고, 재개발·재건축 추진 시점을 분산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 등 지자체와 다양한 대화채널이 열려 있고 제도 개선 사항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택정책협의회를 열어 해결책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수/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