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월요 전망대'] 가계빚 900조원 육박한다는데
저축은행 사태와 은행 · 카드사의 수수료 문제,론스타 이슈 등에 묻혀 잊혀져 가고 있는 정책 과제가 하나 있다. 가계부채 문제다.

가계부채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지목받고 있다. 우선 '규모'다. 금융회사들의 가계대출액에다 가계의 외상구매액(판매신용)을 합친 가계신용은 지난 6월 말 876조원이었다. 지난해 6월 말 800조원을 처음 넘어선 이후 분기마다 평균 15조원씩 증가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9월 말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0%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 비율이 60%를 밑돌고 있으며 부채대국인 일본도 66%에 그쳤다. 브라질 중국 인도 등은 10~13%에 불과했다.

한국은 미국(92%) 등보다는 낮았지만 주요국 가운데 상당히 높은 편에 속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가계부채의 임계치를 명목 GDP의 75%라고 제시한 바 있다. 가계부채가 GDP의 75%를 넘게 되면 가계나 국가경제 모두 버티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가계부채를 소득과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더 커진다. 지난해 말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7.6%에 이르러 미국(124.7%),일본(135.4%)을 크게 웃돌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아직 터지지 않은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가계빚의 70% 정도를 중산층 이상이 갖고 있어 부도 위험이 낮았다. 대출 주체 측면에선 은행이 주로 대출을 해 금리 부담이 크지 않은 것도 다행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선 중산층 이하에서 빚을 많이 쓰고 있으며 금리를 높게 적용하는 2금융권이 대출을 더 많이 늘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간 잠재돼 있던 부실화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공산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이 21일 내놓는 '3분기 가계신용' 자료는 이런 점에 유의해서 봐야 할 것 같다. 규모는 900조원에 육박할 것이며 2금융권 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이 22일 발표하는 '9월 말 국제투자대조표'에선 대외채무 잔액 4000억달러 돌파 여부가 포인트다. 지난 6월 말엔 대외채무가 3980억달러였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지난 6월 말 895억달러인 만큼 당분간 순채무국으로 바뀔 염려는 없어 보인다.

경기지표 중에선 24일 나오는 '11월 소비자동향지수'에 관심이 쏠린다. 소비자심리지수(CSI)는 8월과 9월 두 달연속 99를 기록한 뒤 지난달 100을 회복했다. CSI가 100을 밑돌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 중에선 이번달엔 CSI가 다시 10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쪽이 더 많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재정위기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각 연구기관들이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서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이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경기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게 만드는 요인이다.

관가에선 한나라당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안건을 처리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준동 경제부 차장 / 금융팀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