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어제 한국GM 공장을 방문, 근무 방식을 주야 2교대제에서 주간 2교대제로 전환할 것을 다시 촉구했다. 고용부가 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근로 시간과 심야 노동을 줄여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만족시키면서 일자리도 늘려보자는 의도다. 업황이 호조인 것도 새로운 제도를 밀어붙이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국내 다른 산업에 비해 긴 것은 사실이지만 근로 방식을 변경하라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생산구조를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부가 말하는 주간 2교대제는 근무조를 2개조로 짜서 맞교대한다는 면에서는 주야 2교대제나 다를 게 없지만, 주간조가 조기 출근해 일을 마치면 교대 간격 없이 바로 2조가 투입돼 모든 조업을 주간에 마치는 형태를 말한다. 주야간 2교대제에서는 잔업을 포함해 라인이 20시간 가동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주간 2교대제에서는 16시간 가동이 기본이다. 대규모 장치산업에서는 설비 가동률이 노동생산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주야 2교대를 주간 2교대로 바꾸면 설비가동률이 20% 이상 떨어지기 때문에 생산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노조가 2시간의 잔업 수당을 포기할 리도 없다. 결국 임금은 다 챙기고 근로시간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회사 측의 항변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산성은 지금도 매우 낮다. 현대자동차가 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시간(HPV)은 31.3시간이다. 포드는 21.7시간, 혼다는 23.4시간이다. HPV는 직 · 간접 인력 투입이 많을수록 길어진다. 지금도 인력 과잉이라는 뜻이다. 업계는 주간 2교대제가 되더라도 기존 인력 전환배치를 감안하면 새로 창출될 일자리도 없다는 설명이다. 이 장관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일자리 나누기 식의 방법으로 고용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은 곤란하다. 업황이 좋다고 하지만 불황이라고 해서 한 번 바꾼 근무형태를 다시 고칠 수는 없다.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