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경력은 공공재 성격"…박시환ㆍ김지형 20일 퇴임
대법원에서 대표적인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박시환(59 · 사법연수원 12기),김지형(53 · 11기) 두 대법관이 오는 20일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두 사람은 퇴임 이후 가능하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 대법관은 15일 기자와 만나 "대법관 경력은 개인자산이라기보다 공공재 성격이 있다"며 "법원 개혁 임무를 띠고 대법원에 들어온 만큼 연금만으로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면 퇴임 후 로스쿨 등 공적인 영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의견을 주로 내면서 '독수리 5형제'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국가보안법과 관련,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졌다.

박 대법관은 "북한은 반국가 단체라는 측면도 있는 반면 경제적,인권적으로 우리가 지원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측면 등 양면을 가지고 있다"며 "법리적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국가는 공안 권한을 남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관은 노동법의 대가다. 노동법실무연구회를 대법원 정식연구회로 발족,직접 회장을 맡아 연구활동을 해왔다. 작년 8월 국내 최초 노동법 주석서인 '근로기준법주해'(전3권)를 펴기도 했다.

퇴임 후엔 모교인 원광대 로스쿨에서 강의를 맡기로 한 그는 "시원섭섭하다. 6년간 일에 쫓겨 살았으며,분쟁의 최종 종결자라는 심리적 압박감도 굉장히 컸다. 하지만 27년간 몸담았던 법원을 떠난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후배들에게는 "유능한 법관보다는 좋은 법관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