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성장 걸림돌 '영세 가족기업'
1950~1960년대 이탈리아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가족기업'이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기업과 달리 경영 혁신과 연구 · 개발(R&D)에 소극적이고 적절한 시기에 이머징시장에 진출하지 않아 새로운 수익 창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이탈리아 전체 기업의 68%에 달하는 직원 수 50명 이하의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해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직원 수 50명 이하 기업 비율은 독일 40%,미국 34%,영국 38%에 불과하다. 이들 기업이 이탈리아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WSJ는 최근 10년간 이탈리아 경제가 3%밖에 성장하지 못한 것은 영세한 가족 소유 구조의 기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기업이 대기업처럼 체계적이고 치밀한 사업 계획을 세우지 못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의 리사이클링기계 제조업체인 델로코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대째 가족이 경영해오고 있는 가족기업이다. 1964년 설립된 이 회사는 1980~1990년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갔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중국이 저렴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델로코의 2대 최고경영자인 사라 델로코는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개발하지 못하고 신흥시장 진출도 늦었다"며 "올초 회사가 재정난에 빠지면서 종업원의 30%를 감축했다"고 말했다.

마그다 비안코 뱅크오브이탈리아(BoI) 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에는 세계 수준급의 가족기업이 많지만 추세 변화에 대한 적응이 늦은 것이 문제"라며 "가족기업 체제가 이탈리아 경제성장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WSJ는 "이탈리아에선 새로운 창고를 짓기 위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는 데 평균 258일을 기다려야 하지만 미국에선 26일이면 된다"며 이탈리아 정부의 과도한 기업 규제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