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가 떨어지면 냉장고가 알아서 인터넷으로 식료품점에 주문을 넣는다. 주인이 잠옷 바람으로 집에서 휴식을 취할 동안 로봇이 대신 회사에 출근한다. 저녁 식탁의 접시들이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자동으로 신호를 보낸다. 로켓이 아닌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여행을 한다.

외부에는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실리콘밸리의 한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연구 중인 프로젝트들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방불케 하는 이 비밀 연구소의 이름은 '구글X'.뉴욕타임스(NYT)는 구글 직원들도 존재를 잘 알지 못하는 이 연구소에서 100개의 야심찬 미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글X는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직접 공을 들이는 연구소다. 브린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구글X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우리의 핵심 사업으로 성장할 미래 프로젝트들에 시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지는 지난 4월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하기 직전까지 구글X에서 일했고 지금은 브린이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먼 미래에 가능하거나 황당한 기술들이지만 이미 상용화가 가까운 프로젝트도 있다.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시험 주행에 나선 이 자동차는 목적지만 입력하면 알아서 핸들을 꺾고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웹을 통한 사물의 연결(Web of Things)'도 구글X가 집중하는 분야다. 냉장고뿐 아니라 커피포트나 화분,전구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폰을 이용해 켜고 끌 수 있는 전구를 올해 안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로봇도 구글X의 대표적인 연구 과제다. 구글맵에 들어갈 전 세계 거리 사진을 사람 대신 로봇이 찍도록 한다든가 등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한다는 구상이다.

구글의 기존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전문가이지만 구글X는 전혀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이 이끌고 있다. 세바스천 트런 스탠퍼드대 교수는 세계적인 로봇 전문가다. 인공지능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세계 최초로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를 개발하기도 했다.

NYT는 이 프로젝트들을 구글의 주주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검색엔진 사업이 영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인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지는 "몇몇 도박성 짙은 프로젝트들이 있지만 여기에 전 재산을 걸지는 않는다"며 주주와 애널리스트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