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 너도나도 '경쟁 제품'과 비교 열풍, 왜?


경쟁사 언급 않던 과거와 달리 노골적 비교 영상 공개
어려운 기술 용어 쉽게 설명하려면 '비교시연'이 적절

정보통신(IT) 업계에 '비교 시연' 바람이 불고 있다. "경쟁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점잔을 빼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경쟁사의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 등을 자사 것과 노골적으로 비교하는 일이 잦아졌다. 일부 기업에서는 비교 시연만을 전담하는 부서를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지난 15일 SK텔레콤은 을지로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통신업계 화두로 떠오른 롱텀에볼루션(LTE)과 관련한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당초 계획보다 8개월 가량 앞당겨 내년 4월까지 LTE 전국망을 구축하고, 급증하는 데이터 사용량을 수용하기 위해 SK텔레콤만의 통신망 기술인 PETA 를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날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발표 중간 KT와의 3G 속도를 비교하는 동영상을 보여준 부분이다. 한 블로거가 유튜브에 올린 이 영상은 강남, 양재, 홍대 등 서울 주요 지역 9곳에서 양사 간 아이폰4S의 속도를 측정한 결과 SK텔레콤이 KT를 앞섰다는 내용이다.

권혁상 SK텔레콤 네트워크 부문장은 "파워블로그가 유튜브에 올린 것을 저작권 위험을 무릎쓰고 공개한다" 며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SK텔레콤이 대부분 지역에서 KT보다 우월한 3G 속도를 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날 LTE 망 구축과 관련, "경쟁사(LG유플러스)보다 훨씬 촘촘하게 설치할 생각이고, 금액도 두 배 이상이 될 것" 이라며 "기존 인프라가 있지만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결코 몇 년 안에 따라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LGD 비교 시연 전담 부서 운영하기도

비교 시연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LG다. 지난 10월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는 전략적 협업으로 만든 옵티머스LTE 스마트폰을 언론에 최초 공개하는 날, 행사장 전체를 비교 시연 부스로 꾸몄다.

LG디스플레이의 광시야각 고해상도(AH-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옵티머스LTE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에서 만든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장착한 갤럭시S2 LTE를 나란히 놓고 색정확도, 발열, 전력소모량 등을 비교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회사 측은 언론 간담회를 진행하는 동안 옵티머스LTE와 삼성전자 갤럭시S2 스마트폰 위에 버터를 올려놓고 녹이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가져온 이 영상은 20~30분 만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버터가 녹아내리면서 "계란 프라이를 하려면 갤럭시S2를 이용하라"는 자극적인 문구까지 등장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달 20일 여의도 한 증권사에서 개최한 3분기 실적발표회장 한켠에도 AH-IPS와 AMOLED를 비교 시연하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접 체험해 보라고 비교 시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열린 한국전자대전에서는 AH-IPS의 우수성과 AMOLED의 문제점을 비교해 보여주는 팸플릿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나눠줬다. 이 팸플릿에는 AMOLED의 문제점 가운데 "청소년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는 디스플레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어 경쟁사인 SMD가 발끈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식음료처럼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업종에서 주로 쓰이던 비교 시연, 블라인드 테스트 등이 스마트폰, 태블릿PC등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와 함께 IT업종까지 파고 들었다" 며 "어려운 기술 용어가 많은 IT 특성 상 소비자에게 좀더 쉽게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교 시연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비교 시연이 반드시 제품 구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에게 기술의 중요성과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며 "실제로 비교 시연 이벤트를 진행한 후 인터넷 반응을 보면 '신선하다'는 평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기술적인 방식의 차이를 비교하는 수준을 넘어 경쟁사를 비방하는 식의 네거티브 마케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