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우는 초소형 로봇 '박테리오봇' 나온다
어떤 미생물은 인체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산균이나 방사능제거 미생물 등이 대표적이다. 암이 뿜어내는 특정 화학물질을 쫓아가 암을 공격하는 박테리아도 있다. 국내 연구진이 여기에 '로봇 팔'을 붙여 암과 싸울 수 있게 한 마이크로 로봇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박종오 전남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박테리오봇 융합연구단'은 살모넬라 박테리아에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을 붙여 능동 약물전달체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 국제특허를 등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내년 상반기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결과를 정리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박테리아의 편모(꼬리)가 운동성을 갖는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박테리아는 빛을 찾아가거나 자성을 찾아가는 등 인류가 밝히지 못한 무한대의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연구팀의 기술은 마치 사람이 가마를 끌고 가 목적지에 내리듯이 박테리아가 약물을 담은 MEMS를 타깃(암)까지 운반토록 한 것이다.

연구팀은 우뭇가사리에서 분리한 다당류인 아가로오스(agarose)에 인공 고분자가 결합된 원형 MEMS를 붙여 아가로오스 농도에 따라 노출 부위가 달라지게 했다. 소금물 농도가 짙으면 안에 잠긴 공이 위로 많이 뜨고 반대라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연구팀은 노출된 부분엔 BSA(소 혈청 알부민) 혹은 산소 플라즈마 처리를 해 점성이 없게 했다. 또 반대쪽은 점성을 유지시키고 이쪽에 박테리아를 붙였다. 연구팀은 이를 '박테리오봇'이라고 명명했으며 크기는 50마이크로미터(㎛) 미만이다.

그동안 미세 약물전달체는 분자 수준에서 주로 구상됐으며 보통 외부 제어가 필요했다. 박테리아를 붙여 능동적 운동성을 부여한다는 발상은 없었다. 박 교수는 "향후 MEMS를 생체 친화적인 폴리머로 만들어 체내에서 저절로 녹게 하고 동시에 박테리아가 대식세포에 의해 사멸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식세포는 동물 체내 모든 조직에 분포하여 면역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 운동성을 갖는 장내 박테리아를 검토한 결과 살모넬라균이 적합하다고 보고, 전남대 의대의 도움을 받아 유해성을 없앤 균주를 확보해 실험을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기계공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의학이 융합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연구재단 등 주관으로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열린 학 · 연 · 산 연구성과 교류회에서 이를 발표했다.

앞서 박 교수는 200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재직 시 대장 안을 애벌레처럼 꼬불꼬불 움직이는 대장내시경로봇을 이탈리아 연구진과 함께 개발했다. 2003년에는 복용하면 배설되는 캡슐형 내시경을 개발해 국내 기업인 인터메딕사에 기술이전했다.

전남대로 옮긴 후에는 혈관치료용 마이크로로봇 개발에 전념해 지난해 5월 돼지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직경 2~3㎜의 관상동맥 한복판에 직경 1㎜ 크기의 혈관치료 로봇을 전자기장 제어를 통해 고정하고,막힌 혈전이나 응고물 등을 없애 만성폐색전증을 예방하는 기술이다. 끊임없이 혈액이 강하게 흐르는 동맥의 상황을 감안하면 마치 거센 파도 속에 튜브를 매어놓은 식이다. 박 교수 연구팀은 자기장 세기를 자기공명영상(MRI)의 몇십 분의 1 수준으로 만들어 인체 무해성을 확보하는 등 임상에 적용할 수 있게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