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14일 재산 사회 환원에 대해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할 때"라고 했다. 정치적 시각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안 교수가 최근 유력한 주자로 거론돼온 터여서 대선 길 닦기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정치 행보 본격화하나

안 교수와 친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은 "사회환원은 안 교수가 원래부터 가져온 생각"이라며 "콘서트에 가면 항상 하는 말이 사회적 책임이었다. 일단 말을 하면 실천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결정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 확대해석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안 교수도 이메일에서 정치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치 참여를 집중적으로 요청받는 시점에 재산 사회 환원을 전격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인 복선을 깔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혁신과통합 상임대표,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통합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야권이 안 교수에게 신당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안 교수를 한나라당이 영입해서 같이 일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라고 했다. 신당 창당 선언을 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최근 "안 교수도 함께할 수 있다"며 문을 열어 놓았다. 안 교수의 한 측근은 "안 교수가 정치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안 교수가 신당 참여에 대한 답을 하지 않은 것 자체가 정치 참여의 길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선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재산 문제를 미리 정리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부자 이미지는 선거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검증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며 "하나 하나 걸림돌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단계적으로 정치 쪽에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회환원을 통해 재산이 많은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할 명분이 생겼다"며 "또 정치권 사방에서 안 교수를 흔들고 있는데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 여야 공격을 막아내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의 향후 행보는

안 교수가 정치에 뛰어든다면 내년 대선이 최종 목표점이라는 데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는 야권이 추진하는 통합신당에 참여할 수 있고,독자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은 길이다. 안 교수는 탈 이념을 주창해왔다.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달 24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건넨 편지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닌 누가 화합을 이끌어 내느냐를 묻는 선거"라고 한 게 단적인 예다. 때문에 이념적 색채가 있는 통합신당 측과 손을 잡기 쉽지 않다.

신 교수는 "탈이념의 안 교수는 기성 정치권과는 차별된다. 야권 통합신당도 이념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 기성 정당과 다를 게 없기 때문에 안 교수가 합류할 가능성은 적다"며 제3세력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점쳤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안 교수는 전문가로서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민주화 운동 경험은 없다. 야권의 누구와도 함께 활동한 적이 없다"고 다소 부정적 평가를 했다. 신당 창당 쪽으로 간다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통합신당 측과 선을 그은 상황에서 독자 신당 창당은 일종의 정치적 모험이다. 정치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신당 창당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홍영식/허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