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의 관리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현재 16개 중앙부처에서는 289개 복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 부처가 분야별 전문성을 살려 복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상호 조율 없이 전시성 정책들만 늘어놓는 게 문제다. 각 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중복 지원 등으로 예산만 낭비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부산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C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에서 150만원을 지원받아 도배를 새로 했다. 같은해 11월에는 국토해양부에서 집 수리를 해준다며 600만원을 들여 현관문과 창호를 바꿔줬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국토부의 다른 부서에서 또 1300만원을 받아 집수리를 다시 했다. 1년도 안 된 사이에 같은 명목으로 3회,2000만원이나 지원받은 것이다.

복지부와 국토부에서는 물론 국토부 내 부서 사이에서도 정책에 대한 소통이 전혀 안 됐기 때문이다.

강혜규 보건사회연구원 복지서비스연구실장은 "부처 간 칸막이가 쳐진 상태에서 정책을 만들고 그대로 지자체에 내려보내다 보니 중복 수급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개별 사례를 적발하고 처벌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박경숙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각 부처가 정책을 만들지만 이를 통합 · 관리하는 부처가 따로 있고 이 부처 산하에 각 지자체의 복지서비스센터가 있는 경우도 많다"며 "정책 간 시너지가 생기는 것은 물론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정책 실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금 지원이 주된 복지였을 때는 돈을 주고 나면 정책이 끝나지만 삶의 질이 복지의 현안으로 떠오른 지금은 도움을 준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며 "공급자 중심,통합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는 복지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