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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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투데이] 일본 TPP 참여의 득과 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선언했다. 일본 경제계 내에서는 TPP 참여를 놓고 찬반 양론이 거세다.

이번 논란에서 중요하지만 과소평가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일본은 TPP 참여 여부에 관계없이 산업구조 개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고령 인구의 증가로 수출 위주 경제에서 탈피해 내수 위주 경제 체제로 전환될 운명에 처해 있다. 고령 인구 증가는 기존의 높은 저축률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일본 기업들은 국내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 해외에서 돈을 빌려와야 한다.

TPP는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일본에 이득이 될 수 있다. 일본 게이단렌도 표면적으로 TPP에 찬성하고 있다. 만약 일본이 TPP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한국처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나라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 · 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2.5%의 관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바꿔 말하면 일본차 업체들은 그만큼 생산성을 높여야 한국차 업체와 경쟁을 할 수 있다.

일본차 업체들이 투자를 통해 한국차에 대한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의 저축률이 낮아진다면 일본차 업체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TPP는 일본 기업의 해외 자금조달 시기를 더 앞당기게 될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일본 기업 총수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는가. 최근 올림푸스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의 회계부정을 폭로함으로써 주가가 폭락하는 시련을 겪었다. 일본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일본 주주들과 달리 해외 주주 및 투자자들은 일본 기업가들에게 경영을 투명하게 하라고 요구할 확률이 높다.

수출업체들은 관세 인하 등을 통한 수출경쟁력 강화라는 이익이라도 있다. 하지만 내수 시장 위주로 장사를 하는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들은 시장개방으로 인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지만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을 수 있다. 내수업체들은 더 많은 외국자본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 농업 부문이나 의료 부문 종사자들이 TPP를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기업들이 TPP에 참여하며 시련을 겪어야 되는 반면 소비자는 시장에서 더 값싼 물건을 살 수 있다. 그동안 일본 소비자는 경쟁력이 없는 상품에 비싼 값을 지불했다. 일본의 산업구조 개편은 당면 과제다. 일본이 TPP에 참여하면 소비자들은 산업구조 개편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보호주의가 포퓰리즘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시장개방이 대중에게 인기를 끌 수 있는 시기가 왔다.

조지프 스턴버그 <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

◆이 글은 조지프 스턴버그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 비즈니스 칼럼니스트가 '일본에 무역을 팔아라(Selling Trade to Japan)'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