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10명 중 6명은 인맥을 활용해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연과 지연 등을 중시하고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이 같은 문화와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친구 · 친지-업무상 지인-가족 順

취업자 10명 중 6명 '인맥' 통해 입사
김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14일 발표한 '구직에서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 추정' 자료에 따르면 한국 고용시장에서 인맥의존도는 6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로 일자리를 구한 6165명을 대상으로 채용방식과 성공한 구직방법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 친구나 친지,가족,희망직장 또는 업무상 알게 된 지인 등 인맥을 활용해 일자리를 얻었다는 답변이 56.4%에 달했다.

이는 국제조사기관인 ISSP가 29개 주요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취업시 인맥의존도'평균치인 45.6%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핀란드가 25.8%로 가장 낮았고 영국(34.1%) 프랑스(37.4%) 일본(41.3%) 미국(44.3%) 순으로 높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에서는 친구나 친지에게 의존해 구직했다는 비율이 36.9%로 가장 높았다. 업무상 알게 된 지인 비율은 7.9%,취업을 원하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지인 비율은 7.8%였다.

반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인터넷(17.66%)이나 신문 등 매체 광고(11.75%)를 활용한 구직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사설 직업안내소(2.5%)나 공공 직업안내소(1.0%)를 통한다는 사람들도 미미했다.

◆경력직 · 남성,인맥활용도 높아

경력직의 인맥 활용도는 60.1%로 생애 첫 취업자(39.9%)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남성의 47.9%가 인맥을 적극 활용해 구직에 성공한 반면 여성은 이 비율이 37.5%로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김 위원은 "경력직은 인맥을 활용해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질이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직자의 기술이나 경력 등 취업에 필요한 핵심정보를 인맥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이력서 등의 공식 서류를 통한 것보다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구직활동을 위해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경향이 대체로 강한 반면 여성은 신문 등 매체광고나 인터넷,직업안내소 등 알선기관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맥형성 위해 과도한 투자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 평균 경조사비는 4만4709원으로 연간 52만4500원(2008년 기준)에 이른다. 이는 생활비의 3.5%로 사회 전체적으로는 연간 8조원 규모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한국 사람이 동료와의 만남 및 교류에 사용하는 시간이 전체 여가시간의 15.7%로 조사대상 18개국 중 다섯 번째로 많았다.

반면 미술관람 등 문화활동에 사용하는 시간은 여가의 0.6%에 불과해 세 번째로 낮은 바닥권 수준이었다.

김 위원은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는 열망과 과도한 경조사 문화,학연 지연 혈연으로 상징되는 연고주의 등 서구와 대비되는 한국 사회의 특성이 높은 인맥의존도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