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장사없네…MBA '1+1' 졸업장
최정상급 경영대학원(MBA)들이 과감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등이 MBA 졸업장과 함께 일반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1+1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이나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은 MBA 졸업생에게 최고위과정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처럼 윤리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한 경영대학원이 2001년 34%에서 올해 79%로 늘어났다. MBA 졸업장이 구직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못하는 데다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은행가 및 기업가들의 탐욕'이 지목되고 있어 각 경영대학원이 생존을 위해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석사 끼워팔기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이 MBA 졸업장과 일반 석사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1+1 프로그램'을 시행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부터 희망자에 한해 MBA과정을 밟으며 환경학 컴퓨터 등 100여개 일반 석사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것."깊이가 있으면서도 넓게 공부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와튼스쿨 등 아이비리그 명문 MBA와의 경쟁을 위해 '한번에 두 개 졸업장을 주는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과 미시간대 로스비즈니스스쿨도 복수전공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피터 투파노 사이드경영대학원 원장은 "옥스퍼드에서'1+1 프로그램'을 수강하더라도 2년간 총학비가 11만4500~13만4000달러에 불과해 하버드나 와튼스쿨 MBA과정에 비해 5만달러(5600만원)나 학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FT는 "15년 전만 해도 옥스퍼드대에 순수학문이 아닌 경영대학원이 들어서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가 컸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와튼스쿨이나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은 MBA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최고위과정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역시 학생 유치를 위한 변신을 모색 중이다.

◆윤리 교육 강화하고 나선 MBA

최근 월가 점령 시위 등에서 은행가와 기업인들의 탐욕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MBA과정에서 윤리 관련 과목이 잇따라 추가되고 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윤리가 수익과 함께 MBA과정의 양대 주문(呪文)이 돼버렸다"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스쿨과 와튼스쿨,하스경영대학원 등에서 윤리 관련 강좌가 잇따라 개설됐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경우 올해 초 MBA에 윤리와 팀워크에 초점을 둔 새로운 과정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90여명의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의견을 발표하는 사례분석 위주로 수업이 진행됐지만 이제 6~7명이 협업을 통해'사회적 책임과 공감'을 느끼도록 한 팀워크 수업의 비중이 높아졌다. 와튼스쿨은 '금융 리스크에 대한 이해'과목을 커리큘럼에 추가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일각에선 사회적 비난을 눈가림하기 위한 임시조치라는 비판도 있지만 윤리 교육 강화는 MBA의 대세"라고 분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