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머크의 '한국 사랑'…한복달력 만들어 세계로
"해외에 나가 한국에 대해 무엇을 아느냐고 물으면 대개 삼성,현대차,LG 같은 대기업들을 먼저 얘기합니다. 그 다음엔 김치나 분단국가를 떠올리죠."

유르겐 쾨닉 한국 머크 대표가 한국 화가의 작품을 달력에 담는 이유다. 14일 서울 필동 한국의 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쾨닉 대표는 2012년 달력을 한 장씩 넘기며 직접 작품을 설명했다. 그는 딱딱한 비즈니스가 아닌 부드러운 문화를 매개로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을 강조했다.

독일의 화학 · 의약 기업인 머크는 한국 지사를 통해 2009년부터 매년 국내 화가를 발굴해왔다. 그 작가의 작품으로 달력을 만들어 세계 67개국 지사 직원들에게 배포하면서 한국 문화를 알려가고 있다. 쾨닉 대표는 "이런 방식으로 달력을 제작하는 지사는 한국 외에도 파키스탄 등 몇몇 나라가 있다"며 "반응도 좋아 지난해엔 미국에서 작품을 보고 살 수 있느냐는 문의를 우리에게 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2년 달력의 주인공으로는 한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그려온 정명조 작가가 선정됐다. 달력엔 적의(왕비의 예복)와 활옷(공주등이 입던 소매 넓은 옷)을 입은 왕후와 양반집 규수,기녀 등 다양한 계층의 여인들 뒷 자태가 담겨 있다. 쾨닉 대표는 "여인들의 뒷모습은 한복의 매력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상상력도 자극한다"며 "달력의 작가를 선정하고 제작하는 데 18개월간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2012년 달력을 선보인 요즘엔 2013년과 2014년 달력을 준비하고 있다.

쾨닉 대표는 달력 제작 사업이 "(머크의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며 한국 문화를 알리는 머크의 사회공헌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머크는 달력 제작은 물론 생명공학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시상하고 의대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도 해왔다. 한국에서의 사업도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올 5월 140억원을 투자한 첨단기술센터를 설립했고 지난달엔 본사 이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애플리케이션 연구소도 열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