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서울 정책자문위' 출범…54명 면면 보니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을 시정에 담아낼 자문기구인 '희망서울 정책자문위원회'가 14일 공식 출범했다. 박 시장은 이날 54명의 자문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시 정규조직이 아닌 자문위가 앞으로 시정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자문위원 대부분이 '진보'성향으로,정책이 한 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민간 출신으로만 자문위 구성

자문위는 정책전문가 33명,시민사회 대표 14명,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7명이 7개 분과로 구성됐다. 위원장과 총괄 분과위원장으로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실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내며 부동산 정책에 깊이 관여한 김수현 세종대 교수(도시부동산대학원)가 맡았다.

분야별로는 △복지 · 여성 분과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 △경제 · 일자리 분과 김재현 건국대 교수 △도시 · 주택 분과 변창흠 세종대 교수 △안전 · 교통 분과 손의영 서울시립대 교수 △문화 · 환경 분과 박인배 극단 '현장' 예술감독 △행정 · 재정 분과 강현수 중부대 교수 등이 각 분과위원장으로 선정됐다. 총괄간사엔 선거캠프에서 정책단장을 맡았던 서왕진 서울시 정책특보가 임명됐다.

앞서 별도의 예산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전문가 19명 중에선 12명이 이 위원회에 참여했다. 자문위는 내년 1월까지 분과회의 등을 통해 시정 중 ·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기존 사업의 조정, 신규 정책과제 발굴에 대한 자문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자문위원장을 맡은 김 교수는 "자문위는 말그대로 자문 역할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서 이달 초 출범했던 예산자문위원회가 내세웠던 정책들 대부분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것을 보더라도 이 자문위가 단순히 '자문' 역할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자문위에서 정책의 큰 틀을 짜면 시 공무원들은 그 방향에 맞춰 세부 정책을 수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분과위원장들은 더 강성

자문위 참여 인사들 중 다수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각 분과 위원장들은 특히 더욱 그런 편이다. 복지 · 여성 분과 위원장인 이 교수는 과거 김대중 · 노무현 정부 때 복지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만큼 파격적인 '복지폭탄'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무상급식 · 무상보육을 적극 지지해왔다.

도시 · 주택 분과위원장인 변 교수는 도시 재개발을 억제하고 공공임대주택 보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안전 · 교통 분과를 맡은 손 교수는 버스 · 지하철 무임수송을 위해 중앙정부의 보조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정 · 재정 분과위원장인 강 교수는 지난해 안희정 충남지사의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고,대표적인 지방분권론자에 포함된다. 그는 수도권 개발 억제를 위한 기업 규제에도 적극 찬성해왔다. 문화 · 환경 분과를 맡은 박 감독은 진보 진영 최대 문화예술단체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상임이사를 지냈다. 시의 한 공무원은 "자문위가 중 · 장기 시정 운영계획을 사실상 결정한다"며 "향후 시정이 급진적이고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태철/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