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美기업, 한국 이공계 인재에 눈독 들인다"
[STRONG KOREA] "美기업, 한국 이공계 인재에 눈독 들인다"
"고학력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이 부족한 미국 기업들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맞춰 한국의 이공계 인재를 대거 채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제프리 조레스 맨파워그룹 회장은 14일 서울 삼성동 맨파워코리아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한 · 미 FTA가 체결돼 인재교류가 활성화되면 고학력의 능력있는 한국 인재를 둘러싼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인력수급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맨파워그룹은 국가 간 인력 아웃소싱과 헤드헌팅,HR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미국 최대 인력 솔루션 기업이다. 전 세계 82개국 3900개 지사에 40만여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1999년부터 맨파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조레스 회장은 지난해 'SIR(Staffing Industry Review)'지가 스태핑 부문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선정했으며 미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제시하는 등 인력관리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한국에 소규모로 진출했거나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미국 하이테크와 제조업체들로부터 '한국 이공계 인재 채용을 주선해달라'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한국 내 현지 생산을 통해서 뿐 아니라 인재를 미국으로 스카우트하는 방식으로 인재확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향후 5년 내 한국 인재들의 임금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레스 회장은 "과거에는 자본이 기업의 성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인재 활용이 경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재주의(talentism)'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지속된 경기불황으로 기업들은 비용은 줄이면서 효율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사업의 승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FTA로 핵심 인재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까지 심화하면서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지만,한국 기업들은 이에 대한 노력이나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레스 회장은 "대부분 한국 기업들은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맞춰 당장 필요한 인재들을 뽑고 있다"며 "5~10년을 내다보고 고용계획을 세운 뒤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선제적으로 고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고용계획을 수립하는 데 사업계획 이상의 치밀함과 마케팅비용 이상의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이 같은 투자와 노력을 통해 성공한 대표적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기업들이 FTA를 더 잘 활용하려면 인재 채용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도 뿌리뽑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애플은 인재를 채용할 때 국적,인종,종교 등 어떤 편견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반면 한국은 특정 대학 출신을 선호할 뿐 아니라,외국 인재를 채용하더라도 간부급에 올라가면 한국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레스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1999년 맨파워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최근 3년간 한국 사업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의 성공요인을 직접 살펴보고 다른 지점으로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맨파워그룹은 한국을 대표적인 전략시장으로 규정하고 2020년까지 매출 규모를 현재의 3.5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레스 회장은 "한국에는 고학력 인재가 많으면서도 청년 실업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우수한 한국의 청년 인력들이 다른 국가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관련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