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영업활동하는 외국투자자, 불매운동 두려워 ISD 제소 못해"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중재인이면서 현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강의를 하고 있는 신희택 교수(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계속 영업할 계획이 있는 외국 투자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직면할 수 있어서 함부로 ISD 제소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도 신 교수는 ISD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신 교수와의 일문일답.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지시로 ISD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공동위원장을 맡았는데.

"당시에도 ISD를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넣으면 위험하다는 지적들이 나오니까 노 대통령이 다시 보다가 객관적으로 점검해보라고 해 민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공무원들과 교수,변호사 등 20여명이 모여 3개월가량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어렵게 결론을 냈다. 결론은 우려할 만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해외 투자가 급증하고 있고,우리나라가 체결한 투자협정에서 ISD를 이미 많이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ISD는 유지하되 투자자보호와 관련된 협정 문안을 신중하게 협상하고 대응능력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

▼ISD로 인한 주권침해 목소리가 있다.

"국제법상 외국 투자자와 투자유치국 간에 분쟁이 있을 때 외국인투자자의 본국이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해 개입할 수 있다. ISD는 외국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중재를 제기하기 때문에 외국 정부에 의한 간섭을 방지하는 측면도 있다. 예컨대 남북경협에서 북한과 ISD를 합의했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은 좀 더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ISD 같은 객관적인 분쟁해결 절차가 미흡하기 때문에 매번 우리 정부가 관여해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다. "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 기존 법적 절차와 ISD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공공정책이 WTO 협정에 위반되면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 투자자 재산을 투자협정에 위반되게 정당한 보상 없이 수용 또는 침해했는지 여부만을 따지는 ISD는 WTO 분쟁해결제도보다 주권침해 우려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가 제기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문제는 WTO 분쟁해결 절차에 제소될 수 있는 부분이다. "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서 ISD 재협상 약속을 받으면 비준안을 처리하겠다고 한다.

"재협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미국 측에서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한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일본 등 다른 외국인투자자들에는 ISD를 허용하면서 미국 투자자에는 왜 허용을 안 하느냐'고 따지면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나. 한 · 미 FTA에서 ISD를 삭제하더라도 그 실익이 크지 않다. "

▼남미 국가들에 ISD 제소가 많은 이유는.

"남미 국가들의 상당수가 과거에 정정이 불안하고,외국 투자자의 재산을 수용한 전례가 있다. 그래서 외국 투자자들이 진입을 꺼리자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무리하게 약속을 남발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

▼ISD로 한국 정부가 제소당할 가능성과 제소시 불이익은.

"지금처럼 정책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유지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공공정책을 집행하려고 해도 너무 과격하거나 비례의 원칙 등에 어긋나면 현재도 헌법재판소나 행정법원에서 위헌이나 위법판정을 받을 수 있다. "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