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휴일 정계 대표들 연쇄 면담

경제위기에 처한 이탈리아를 이끌고 갈 비상 거국내각이 이르면 휴일인 13일 저녁(현지시간) 출범한다.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으로 빚어진 정치권력 공백 상태를 조속히 마무리짓기 위해 휴일인 13일 오전부터 상원 의장을 필두로 주요 정파 대표들과 내각 구성을 위한 연쇄 회동에 착수했다.

베를루스코니의 뒤를 이어 총리직을 맡을 인물로는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지낸 경제전문가 마리오 몬티(68) 밀라노 보코니대학 총장이 유력하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지난 8일 몬티 총장을 종신 상원의원에 임명함으로써 총리 지명을 예비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정계 대표들과의 회동을 통해 몬티 총장의 의회 신임투표 통과를 위한 충분한 지지를 확보했다고 판단되면 이날 저녁 몬티 총장을 총리로 공식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이 개장하는 월요일 이전에 권력공백 상태를 서둘러 종식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몬티 총장은 EU 수뇌부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폭넓은 신임을 받고 있고, 야당으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최대 정당인 자유국민당(PdL)도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몬티 총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국민당 일부 의원들과 구 우파연정 핵심세력인 북부연맹은 반대 입장이어서 변수가 되고 있다.

비상 거국내각이 출범하면 오는 2013년 봄까지 약 18개월 동안 경기 부양을 위한 세금 감면과 재정건전화를 위한 연금지급 시기 연기, 고용 유연화, 국유재산 일부 매각 등 의회의 승인을 받은 경제 안정화 및 개혁 방안을 추진하게 된다.

몬티가 이끄는 거국내각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전문 관료를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의 120%에 달하는 총 1조9천억 유로의 정부부채와 만성적인 저성장 해결을 숙제로 떠안고 있으며, 최근 몇달 동안 국채 금리가 급등해 위기에 처했다.

앞서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12일 하원이 경제안정화 법안을 압도적 다수로 승인함에 따라 약속한 대로 공식 사임, 17년의 정치인생을 사실상 마감했다.

(로마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