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공포'가 덮쳤다…외국인 5000억 매도
국내 주식시장에 'D(default · 채무 불이행)의 공포'가 다시 엄습했다.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7%를 넘으면서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10일 코스피지수는 94.28포인트(4.94%) 급락한 1813.25에 마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가 디폴트에 빠지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주가 하락세가 길어질 전망이다.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가 큰 만큼 유럽 당국이 시장안정책을 서둘러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지난 8~9월과 같은 패닉(공황) 장세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디폴트 위기가 진정될 때까지는 주식 매수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외국인,9월 이후 최대 순매도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이 코스피지수 급락의 도화선이 됐다. 전날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7.4%까지 치솟았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이 국채 금리 연 7% 돌파 이후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전례에 비춰 이탈리아도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탈리아 디폴트 위기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로 이어졌다. 외국인은 개장 1시간 만에 3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고 오후 한때는 순매도 규모를 7000억원대까지 늘렸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5048억원)는 9월23일 6677억원 이후 최대였다.

한 외국계 증권사 주식운용담당 임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면 자금 압박을 받는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며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 매도 주문이 집중됐다"고 말했다.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유럽 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금융주가 5.26% 떨어졌고 건설(-6.02%) 기계(-5.76%) 운송장비(-5.61%) 화학(-4.85%) 등의 낙폭이 컸다.

옵션만기일 프로그램 차익거래 청산에다 공매도 재개라는 변수까지 겹쳐 주가 하락폭이 커졌다. 장 마감 동시호가에만 40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시장 변동성이 커져 공매도 욕구가 높은 상황"이라며 "10월 이후 가파르게 오른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이 공매도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伊 국채금리 하락 때까지 매수 자제"

전문가들은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1800선이 일차적인 지지선 역할을 하겠지만 유럽 당국의 정책 대응이 미진하면 1800은 물론 9월 기록한 연 저점인 1652.71도 깨고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5%까지 내려와야 디폴트 우려가 진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저가 매수에 나서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럽 당국이 대응책을 일찍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늘리면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한 해법이 나오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탈리아 국채 만기가 내년 초 집중돼 있어 장기적인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전망이다. 내년 이탈리아 국채 만기 도래액의 50%인 1778억4000만유로가 1~4월에 몰려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 사례에서 보듯 유럽 재정위기는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며 "디폴트 우려가 일단락되더라도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김석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