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데…" 수백억대 빌딩 '철거 판결'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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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 이스타빌 등 토지·건물주인 달라
땅값 못받아 소송…계약자·시공사 피해
땅값 못받아 소송…계약자·시공사 피해
대법원은 최근 서울 역삼동의 '이스타빌' 오피스텔에 건물 일부 철거 판결을 내렸다. 지상 9층 65실인 이 오피스텔은 2005년 완공된 멀쩡한 건물이다. 철거 판결된 호실은 건물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 일부 철거는 불가능하다. 법원 판결을 따르려면 200억원을 웃도는 건물 전부를 헐어내야 할 판이다.
◆법정 지상권 성립 안돼 철거 판결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중동 9층 상가건물,경기 안양 12층 현대코아상가,서울 잠원동 8층 은하빌딩,서울 교대역 인근 5층 규모 삼덕다솜빌딩 등 멀쩡한 건물을 헐어내라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철거 판결이 나오는 이유는 돈을 빌려서 건물을 짓는 개발사업 구조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법은 건물을 땅과 별개의 부동산으로 인정하면서 땅주인이 건물을 마음대로 철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물 소유주의 토지 사용권을 인정하는 '법정 지상권'을 부여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땅과 건물이 동일인 소유였다가 주인이 서로 달라질 때에 한해 이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개발하는 시행사는 남의 돈으로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토지와 건물의 주인이 애초부터 달라 법정 지상권을 인정받기 어렵다. 분양에 성공해 빌린 돈을 모두 갚으면 문제가 없지만 반대라면 건물 철거 판결이 나기 십상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땅은 신탁회사 등의 명의로 돼 있고,건물은 시행사나 분양받은 사람 등의 명의로 되면서 소유주가 일치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역삼동 이스타빌 오피스텔의 경우 토지 소유주는 담보신탁을 제공한 한국토지신탁,건물 소유주는 시행사인 인버런처였다. 건물값만 284억원으로 평가된 안양현대코아상가의 토지소유주는 이전 땅주인인 K씨,건물소유주는 시행사였다. ◆입찰보증금 8억원 날리기도
건물 철거 판결의 가장 큰 피해자는 건물을 분양받은 이들이다. 안양현대코아상가의 경우 총 441개 상가 중 362명이 분양을 받아간 상태였다.
시공사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공사대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어서다. 작년 3월 철거 판결을 받은 해운대 9층 상가의 경우 시공사가 못 받은 공사비가 85억원이었다. 이수건설이 역삼동 이스타빌 공사로 못 받은 시공비는 203억원에 달한다.
철거를 앞둔 건물을 잘못 낙찰받았다가 손해를 보는 이들도 있다. 법원 판결로 철거될 운명의 건물도 경매로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토지 임대료를 지급하지 못했거나 건물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서다. 권리분석을 잘못해 돈을 날리는 사례도 나온다. 올초 안양현대코아상가를 낙찰받은 A씨는 무려 8억원의 입찰 보증금을 날리고 잔금 납부를 포기했다. 역삼동 이스타빌 오피스텔을 작년에 낙찰받은 이들은 건물을 철거하고 그전까지 매월 200만원 안팎의 토지임대료를 토지주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철거 판결이 나왔더라도 실제 철거까지 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건물 소유주가 울며 겨자먹기로 땅을 비싸게 사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건물 철거가 이뤄지기도 한다. 교대역 인근 삼덕다솜빌딩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법정 지상권 성립 안돼 철거 판결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중동 9층 상가건물,경기 안양 12층 현대코아상가,서울 잠원동 8층 은하빌딩,서울 교대역 인근 5층 규모 삼덕다솜빌딩 등 멀쩡한 건물을 헐어내라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철거 판결이 나오는 이유는 돈을 빌려서 건물을 짓는 개발사업 구조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법은 건물을 땅과 별개의 부동산으로 인정하면서 땅주인이 건물을 마음대로 철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물 소유주의 토지 사용권을 인정하는 '법정 지상권'을 부여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땅과 건물이 동일인 소유였다가 주인이 서로 달라질 때에 한해 이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개발하는 시행사는 남의 돈으로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토지와 건물의 주인이 애초부터 달라 법정 지상권을 인정받기 어렵다. 분양에 성공해 빌린 돈을 모두 갚으면 문제가 없지만 반대라면 건물 철거 판결이 나기 십상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땅은 신탁회사 등의 명의로 돼 있고,건물은 시행사나 분양받은 사람 등의 명의로 되면서 소유주가 일치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역삼동 이스타빌 오피스텔의 경우 토지 소유주는 담보신탁을 제공한 한국토지신탁,건물 소유주는 시행사인 인버런처였다. 건물값만 284억원으로 평가된 안양현대코아상가의 토지소유주는 이전 땅주인인 K씨,건물소유주는 시행사였다. ◆입찰보증금 8억원 날리기도
건물 철거 판결의 가장 큰 피해자는 건물을 분양받은 이들이다. 안양현대코아상가의 경우 총 441개 상가 중 362명이 분양을 받아간 상태였다.
시공사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공사대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어서다. 작년 3월 철거 판결을 받은 해운대 9층 상가의 경우 시공사가 못 받은 공사비가 85억원이었다. 이수건설이 역삼동 이스타빌 공사로 못 받은 시공비는 203억원에 달한다.
철거를 앞둔 건물을 잘못 낙찰받았다가 손해를 보는 이들도 있다. 법원 판결로 철거될 운명의 건물도 경매로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토지 임대료를 지급하지 못했거나 건물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서다. 권리분석을 잘못해 돈을 날리는 사례도 나온다. 올초 안양현대코아상가를 낙찰받은 A씨는 무려 8억원의 입찰 보증금을 날리고 잔금 납부를 포기했다. 역삼동 이스타빌 오피스텔을 작년에 낙찰받은 이들은 건물을 철거하고 그전까지 매월 200만원 안팎의 토지임대료를 토지주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철거 판결이 나왔더라도 실제 철거까지 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건물 소유주가 울며 겨자먹기로 땅을 비싸게 사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건물 철거가 이뤄지기도 한다. 교대역 인근 삼덕다솜빌딩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