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라타(Misrata) 출신의 남편을 원하면 'M', 벵가지(Benghazi) 출신 남편을 원하면 'B'를 눌러주세요."

요즘 리비아의 젊은 여성들에게 날라오는 휴대전화 메시지(SMS)다.

"의사나 기술자는 잊어라, 우리는 시민군과 결혼하고 싶다" 혹은 "결혼할 시민군을 찾고 계시다구요?" 같은 문자 메시지도 심심치않게 뜬다.

미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는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무너뜨린 일등 공신인 젊은 시민군들이 '1등 신랑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비아 혁명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직업을 구하지 못해 하루종일 거리를 배회하며 보내는 '한심한' 젊은이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영웅 칭호를 받으며 결혼 시장에서 몸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20살 여성 에스라 엘가디는 "혁명 전에는 그들에게 아무도 신경도 안 썼는데, 지금은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의 사촌인 라한나(19)는 "그들이 돌아올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리비아는 전통적인 이슬람 국가로, 친하지 않는 남녀 젊은이들은 서로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혁명 이후 자신감을 되찾은 젊은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이성에게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

한 시민군은 "남녀관계가 카다피 정권 붕괴 이전때와 100% 달라졌다"고 전했다.

FP는 독재자들의 몰락과 함께 해방을 맞은 아랍의 젊은이들이 경제적 빈곤과 결혼 기회 부족 등 자신들의 삶을 옭아맸던 사회적 모순들이 시정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랍지역은 세계에서 젊은층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곳으로, 30세 미만 인구가 3명 중 2명꼴이다.

그런 만큼 청년실업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수적인 아랍사회에서 젊은이들이 독립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결혼이지만, 직업이 없다보니 결혼은 꿈도 못꾼다.

미 아메리칸 대학의 다이앤 싱어만 교수는 "직업이 없다면 어른이 될 희망도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 지역의 평균 결혼 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노처녀, 노총각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리비아의 상황이 가장 열악하다.

42년간 카다피가 철권 통치를 하면서 젊은이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는 커녕 일자리를 오히려 없앴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최근 몇년간 실업률은 20%이지만, 일부 지역은 이보다 배 이상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업 문제 뿐만아니라 엄청난 지참금과 신혼집 마련 등 유독 비싼 결혼 비용도 리비아 젊은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리비아 과도정부는 카다피 사망 이후 '해방'을 공식 선언하면서 카다피 정권하에서 제한됐던 일부다처제를 합법화하겠다는 '뜻밖의' 내용을 발표했다.

FT는 이는 결혼할 기회가 부족한 사회적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일부다처제는 여러 아내를 부양할 수 있는 남자에게만 허용되기 때문에 가난한 젊은이들의 결혼 기회가 더 줄어들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비아의 한 젊은이는 "직업과 결혼, 가정, 아이들과 같은 평범한 삶에 대한 희망이 무기를 들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