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의료원이 삼성그룹의 구조조정 리스트에 올랐다. 삼성의료원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이르면 내년부터 산하 3개 병원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철 삼성의료원장은 25일 물러났다. 삼성이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 일류화추진단장으로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임명한 뒤 나온 특단의 조치여서 주목된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지난 24일 열린 그룹 차원의 감사 설명회에서 삼성의료원의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며 "앞으로 의료원장 직제는 폐지되고 산하 3개 병원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료원은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마산삼성병원 등 3개 병원과 삼성생명과학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 의료원장은 2008년 8월 취임, 이듬해인 2009년 2월 성균관대 초대 의무부총장을 겸임해왔다. 사실상 삼성 계열 병원을 총괄해 왔다. 의료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그룹 감사에서 무엇보다 암 치료 분야에서 1등이 적고 의료원 내 조직 중복으로 낭비가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병원 내 한 보직교수는 "감사 결과 삼성암센터에서 폐암 수술만 1등이고 나머지 암 치료는 모두 다른 병원에 뒤진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 결과가 집중 거론됐다"며 "삼성의료원이 조직은 비대해졌지만 1등은 없다는 점이 조직 개편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은 조만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의료원장이 감사 결과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뒤 최한용 삼성서울병원장 과도체제로 운영되다 보직교수 교체와 내부 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료원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이 삼성답지 못하다는 얘기가 흘러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조직개편이 의료 분야를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암 진료 분야에서 뒤처진 게 가장 큰 이유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