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구타 피해..과도정부 법치 역량 시험대

리비아 내전이 시민군(반군) 승리로 끝난 지금 리비아 전역에 수용된 '전쟁포로' 약 7천명이 법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대부분 카다피 추종세력인 이들 포로가 기소, 재판과 같은 공식 절차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열악한 간이시설에 수용돼 있고 일부는 복수심에 불타는 시민군 출신들에게 전기충격기 등을 이용한 고문과 구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피부색이 짙은 사람들은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넘어온 카다피 용병으로 의심받는 통에 더욱 가혹한 처우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이러한 인권 침해·유린 사례를 수집 중인 국제적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위치(HRW)는 수감자 2명이 구타로 사망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카다피 추종자들에 대한 학대와 처우 문제가 심각한 대표적인 지역은 북서부 도시 미스라타.
이곳을 통제하는 세력이 카다피 친위부대에서 시민군으로 급격히 전환된 지난여름 이후 약 3개월 사이에 간이시설에 수용된 '포로'는 근 1천명으로 증가했다.

이들은 10대 소년들이 포함된 젊은 병사의 감시 속에 학교 건물 등의 바닥에 매트리스를 깐 채 생활하면서 종종 보복성 짙은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신문이 전했다.

시민군 측은 카다피 추종자들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면 자신들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스라타를 관장하는 시민군 고위 인사는 간이 수용시설에서 학대가 이뤄지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국가 과도위원회(NTC)를 중심으로 새 정부가 곧 출범하더라도 친(親) 카다피 측 포로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심각한 문제라고 WP는 소개했다.

과도정부는 내전에 적용되는 국제규범에 입각해 민간인 살해 등 전쟁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은 새 정권에 협력하기로 서약할 경우 사면하고 전범 용의자는 처벌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 헌법과 법률을 제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카다피 시절에 만든 법률을 그대로 적용할지 여부가 고민이고 새 법체계가 정립될 때까지 기다리자니 법적 정당성이 없는 '임의 구금'이 그 만큼 장기화한다는 점이 문제다.

또 미스라타처럼 카다피 친위부대에 의한 살해, 고문, 성폭행, 기물파괴 등 잔학 행위들이 심했던 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사면을 용인할지도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